건물 관리 위주 문화재 정책 벗어나야
건물 관리 위주 문화재 정책 벗어나야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2.04.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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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제주 동남부 지역을 관할했던 정의현청 소재지로 국가지정문화재 8건, 제주도지정 문화재 7건을 한 데 품은 국가민속문화재 188호 제주성읍마을.

하지만 마을 전체가 문화재보호구역이 되면서 동시에 주민들 주거환경도 38년 전 그대로 묶였고, 되레 흉물만 늘었다.

사람이 사는 민속마을에 현대 주거환경을 고려치 않은 ‘원형 보존’ 강력 규제에 문화재 지정 이후 소위 ‘무허가건축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사유지를 포기하고 나가는 주민이 늘어 폐가와 파손 가옥이 흉물로 전락했다.

제주도가 마을 성내 44개 가옥을 매입했지만 상당수가 빈집으로 방치돼 있고, 이런 빈집 가옥들은 대개 5~7년 안에 무너져 3㎡(1평) 당 약 1000만원의 거금을 들여 다시 복원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올해 마을 총 예산 중 변형가옥을 고치는 데 투입한 12억원은 행정에서 근린생활시설 현상변경 허가 등 사람이 가옥에 오래 머물 현실적 정책을 마련했다면 절약할 수 있는 혈세였다.

마을 내 306가옥 중 근린생활시설 현상변경 허가를 받은 가옥은 3곳 뿐이다.

이에 관광의 핵심 요소인 ‘먹거리’가 마을 밖으로 밀려났다. 흑돼지와 오메기술, 고소리술, 빙떡 등 다양한 먹거리를 가진 성읍마을로서는 아쉬운 지점이다.

보존구역을 정해놓고 눈에 보이는 것들만 보존한다면 성읍마을은 주민의 삶이 없는 박제된 박물관일 뿐이다.

현재 마을에 즐비한 초가 빈집엔 꽃과 나무, 우영팟 등 방문객이 기대하는 ‘사람의 흔적’이 없다.

성읍마을의 정의현 도읍지 600년과 제3차 종합정비계획이 나오는 시점인 내년을 기점으로 문화재청과 제주도가 건물 관리 위주 문화재 정책에서 벗어나 크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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