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탐방 (1)
신당 탐방 (1)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4.1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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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 수필가

제주시 조천포구 옆 조그마한 해안마을에는 오래전부터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모시는 ‘새콧할망당’이 있다. 이 당의 전설 같은 이야기는 심금을 울리게 한다.

먼 옛날, 제주에 7년 넘게 가뭄이 찾아와 백성들이 굶어 죽게 될 때가 있었다. 제주목사는 고심 끝에 당시 조천에 부자로 살고 있던 조천 안씨 선주에게 제주백성들을 살릴 수 있는 도리를 부탁했다. 안씨는 흔쾌히 대답하고는 자신의 재산을 모두 털어 백성들을 살릴 쌀을 구하기 위해 육지로 떠났다. 

나주에 살고있는 기민창의 집을 찾아가 곡식을 모두 구입하고 배에 싣고 돌아오는 길, 제주포구에 가까워졌을 무렵 회오리바람과 함께 파도가 밀어닥쳐 뱃전 밑으로 구멍이 터지고 말았다. 

제주 백성들을 살릴 귀중한 쌀이 물에 잠기게 되자 안씨는 눈물을 흘리며 간절하게 기도를 했다. 순간, 가라앉던 배가 둥둥 뜨기 시작했다. 

안씨가 터진 구멍으로 가보니 놀랍게도 큰 뱀이 구멍을 꽉 막고 있었다. 그 뱀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무사히 조천 포구에 도착한 안씨는 그 뱀에게 자신의 조상으로 모시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뱀은 듣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하루는 꿈에 그 뱀이 나타나 “나는 기민창고를 지키던 신이었노라. 무곡을 따라 여기까지 왔으니 자신을 잘 섬기면 천하의 거부를 만들어주겠다”고 하였다. 안씨는 꿈에서 깨어 뱀이 있던 곳에 가보니 그 뱀이 새콧 알 구멍 속으로 몸을 감추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안씨는 엎드려 절을 하고는 그때부터 할망을 정성껏 섬겼다는 이야기다. 

조천 해변에는 지금도 새콧할망은 여전히 그 자리에 좌정해 있다. 주민들은 이 할망은 이곳에 살면서 자기를 섬기는 백성들에게는 부자가 되게 하고, 헤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동티를 준다고 한다. 포구를 매립하고, 길을 넓히면서 할망이 좌정해 있는 곳을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누구도 쉽게 없애지 못하고 있다. 섬기면 섬긴 값을, 헤치면 헤친 값을 하기 때문이다. 새콧할망의 덕을 본 사람들과 동네 사람들은 지금도 엄연히 살아 있는 현실 속의 여신이라 믿으며 그곳에서 지금도 제(祭)를 지내고 있다. 

새콧할망당을 뒤로하고 구좌읍 종달리에 있는 생개납 돈짓당을 찾았다. 종달리 포구 서쪽 200미터 지점에 있다. 

이 당은 어부와 해녀들이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당으로서 용왕·선왕을 모시고 있다. 바닷가에 비교적 큰 바위가 솟아 있고 그 앞에 해풍을 견디면서 쥐똥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당신(堂神)들은 대게 마을 사람들의 호적과 출산,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삶과 죽음, 질병과 생산 활동을 보호하고 지켜준다고 믿고 있다. 현재 제주도 각 마을 400여 곳에 신들이 좌정하고 있다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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