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취타 하랍신다
대취타 하랍신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4.1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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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애 동화작가

문화가 밥이 되는 시대다. 이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류가 세계인을 매료시키며 증명해 준 사실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이 우리 문화를 자기네 것인 양 홍보하여 한동안 시끄러웠던 걸 생각하면 이제는 문화 전쟁이 벌어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을 두고 형성되어온 한 나라의 문화를 흉내를 낸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100% 순도로 재현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자기네 나라 문화라고 우기는 건 우리 옛 영토가 자기네 땅이라는 억지 주장 동북공정과 맥을 같이하는 문화공정일 터다. 

두어 달 전에 방탄소년단(BTS)의 한 멤버가 발표한 ‘대취타’라는 뮤직비디오가 일억 뷰를 달성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 순간 궁금증이 발동했다. BTS를 모르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솔직히 내 나이에 무슨 BTS의 노래에 흥미가 있겠는가. 나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우리의 국악 대취타가 어떻게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그게 궁금했던 거다.

유튜브에 올라온 뮤직비디오를 보았더니 우선 배경 자체가 궁궐과 옛 저잣거리였다. 영화를 보는 듯 웅장한 스케일과 화려한 검무 등이 태평소, 꽹과리와 어우러져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는데 앞부분에 이런 소리가 들린다. 명금일하 대취타 하랍신다. 예이.

그리고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랩. 대취타 대취타 자 울려라 대취타.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랩이 내 귀에 쏙쏙 들어올 리가 없지만 대충 들려온 가사가 그랬다. 그래도 궁금했다. 왜 하필 우리 귀에도 그다지 익숙지 않은 대취타인가? 알고 보니 어가행렬이나 군대가 나아갈 때 연주하던 군례악인 대취타는 이미 여러 국제군악제에서 연주가 되었고 우리나라 국악군악대가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방탄소년단이 세계를 향해 내질렀던 ‘대취타 하랍신다’ 이 말은 충분히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내친김에 국악 버전의 콘서트 동영상도 보았다. 노래 자체는 지극히 현대적이었지만 반주는 국악 장단이었다. 국악 장단에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역동적인 춤을 추는 BTS와 그들의 노래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거기에다 탈춤, 부채춤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무대는 흥, 그 자체였고 가히 환상적이었다. 그들의 무대엔 동서양이 공존하고, 고전과 현대가 함께 숨을 쉬며, 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섬세함과 웅장함이 있었다. 옛 문헌에 기록된 것처럼 가무를 즐기는 민족의 유전자가 오늘날까지 면면이 이어져왔음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광경이다.

노래가 주는 메시지보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우리 전통문화가 외국인들의 눈과 귀를 더 사로잡을 것 같다. 국악 버전의 무대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건 곧 대한민국이다. BTS도 대단하지만 우리 문화의 힘이 더 대단함을 느꼈다. 한국인, 그것도 나이 먹은 나 역시 그들의 창의적인 무대를 보면서 감탄할진대 외국인의 눈에 처음 접하는 한국의 문화는 얼마나 신기하고 대단해 보일 것인가.

외국 여자들이 아리랑을 따라 부르며 열광하는 모습을 보자니 왜 세계인들이 방탄소년단에 환호하는지를 알 것 같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저러니 중국이 흑심을 품을 만도 하지.’ 자칭 대국이라면서 주변 국가를 소국 취급하는 중국이 문화대국 대한민국의 문화를 훔치는 건 소국보다도 못한 일이다. 그런데도 문화를 도둑맞은 우리나라 정부나 올림픽을 참관했던 장관 등 고위층도 항의 한 번 못하고 힘없는 네티즌들만 왈가불가하다가 시들해지고 말았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은 ‘맞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딱 그 정도가 우리 뇌리에 남을 것이다.

야금야금 우리 문화에 눈독을 들인 중국이 다음엔 또 무엇을 자기네 것이라고 우길지 모른다. 문화의 우수성을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책임도 있다는 걸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할 것이다.

BTS를 보니 이제는 문화가 밥이 되는 걸 뛰어넘어 나라를 지키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BTS가 새삼 자랑스럽다. BTS여! 더 크게(大) 불고(吹) 두드리고(打) 세계를 향해 마구마구 내질러라. 대취타 하랍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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