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간의 짧은 만남
15분간의 짧은 만남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4.1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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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신 수필가

그리던 독도를 밟게 해 달라는 소망을 품고 울릉도를 찾았다. 울릉도 관광의 최종 목표는 독도다. 하루는 울릉도를 둘러보고 이틀째는 독도 가는 날이다. 오후 3시에 배가 출항한다고 해서 오전 일찍 성인봉을 다녀왔으니 독도를 밟을 수만 있다면 울릉도 관광은 만점인 셈이다. 날씨는 다행히 바람은 없으나 하늘은 회색빛으로 무겁다.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독도 날씨는 연중 160일 정도가 흐리고 150일 정도는 비가 오기 때문에 1년 중에 맑은 날이 45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삼대의 덕을 쌓아야 독도 땅을 밟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독도 가는 배는 저동항에서 출발한다고 해서 도동에서 저동항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선착장 입구에 있는 상점에는 유난히 태극기들이 많다. 한 개에 천원이라 두 개를 샀다. 애국심을 빙자한 상술이지만 너도나도 산다. 

배가 한 시간 삼십 분쯤 달리자 독도가 보이기 시작했고, 배는 서서히 움직이며 접안준비를 한다. 사람들의 표정은 상기되었고 술렁거렸다. ‘아, 드디어 독도 땅을 밟는구나!’ 감격하는 사이 배는 멈추었고, 방문객들을 내친다. 

내리자마자 태극기를 양손에 들고 만세를 불렀다. 방문객들도 손에 든 태극기를 흔들며 감격한다. 독도의 알싸한 바닷바람이 뺨을 스치며 옷깃 속으로 들어온다. 이 정도의 바람은 반가움의 표시로 봐줄 수 있다. 괭이갈매기 떼가 주위를 선회하며 “끼융~ 끼융~”노래를 부른다. 우리를 반기는 춤이며 합창 공연이다. 

섬은 말이 없지만,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 방문객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듯했다. 단체로 온 팀은 현수막을 펼치고 사진을 찍는다. 모두에게 역사적 순간인 셈이다. 두 번씩이나 와도 내리지 못하고 배를 돌려야 했다는 분은 더욱 감격한다. 독도는 동도, 서도를 중심으로 91개의 크고 작은 섬과 암초로 되어있다. 눈으로 마음으로 담아도 아쉬움이 남아 동영상으로 담았다. 

아직 3월이라 푸른 풀들이나 꽃 한 포기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그 웅장함은 믿음직하여 동해를 지키는 수호신처럼 보였다. 괭이갈매기 떼가 독도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지만, 독도는 멸종되어 버린 강치를 더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독도가 대한민국 땅이라는 근거는 역사적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일본은 끊임없이 그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1946년 연합국최고사령관 각서(SCAPIN) 제677호의 문서에서도 울릉도, 리앙쿠르암(독도)과 제주도는 일본영토에서 제외라고 규정하였다. 역사적으로 많은 아픔과 사연을 안고 있는 우리 땅이기에 꼭 만나고 싶었다. 

15분이라는 짧은 만남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느긋하게 독도 앞 바닷물에 발도 담그고 동도의 봉우리에도 올라보고 싶었다. 봉우리로 오르는 계단 입구는 제한구역이었다. 우리나라 동쪽 땅끝을 밟았다는 데 의의를 두며 배에 올랐다. 배에 오르니 퍼뜩 독도에서 다 함께 애국가를 불렀더라면 더욱 멋진 여행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누군가가 그러자고 제안했더라면 아마도 모두가 태극기를 흔들며 가슴 벅찬 마음으로 불렀을 것이다. 

그날에 만난 독도 영상을 다시 보며 ‘홀로 아리랑’ 노래 첫 구절을 읊조려 본다. 
‘저 멀리 동해 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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