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그리고 창작공간으로의 초대
등단 그리고 창작공간으로의 초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4.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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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상 서귀포문인협회 사무국장·서귀포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오래전부터 필자는 소설가가 되기 위해 여러 신춘문예를 기웃거렸지만, 낙방을 거듭했다. 이쯤이면 오기가 돋아야 하는데, 먹고 사는 일터가 있어서 절박함이 부족했는지 냉혹한 현실 세계에 점차 순응해져 갔다.

한번 투고했던 작품은 ‘낙방’과 함께 그 생명은 끝인 것이 이 세계의 불문이요, 최소한의 양심이다. 그러다 보니 워낙 빈약했던 소재거리도 바닥을 드러내면서 결국 문예지를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그래도 소설가가 되기 위해 험난한 신춘문예 꿈은 버리지 않고 있다.

문인으로 등용되는 관문은 대체적이나 세 가지가 있다. 신문사의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길, 월간지나 계간지 등을 통한 당선, 그리고 개인 작품집 발간 등이다.

등단의 뜻이 있다면 어느 길이 좋은지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판단이다. 거기에 필자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덧붙여본다.

일간신문의 신춘문예에 당선된다는 것은 문인으로서 최고의 검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해에 투고된 수백, 수천의 응모 가운데 오로지 한편만을 뽑는 신춘문예에 당선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이다. 아무리 그해 훌륭한 작품이 여러 편 쏟아졌다 하더라도 당선작 이외에는 휴지통이다. 응모자 또한, 아쉽지만 또 다른 신문사에 응모는 금기시됨으로써 다시 쓸 수밖에 없다. 양심을 버리고 응모한다 해도 매의 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

신춘문예는 당선과 함께 주관사에서 내걸어진 상금도 받는다, 그러나 연이어 작품을 선보일 공간이 한정적이란 점에서 이후의 활동공간은 독자적인 몫으로 남겨지게 된다.

문예지를 통한 등단은 매월, 격월 또는 계간으로 발행함으로써 여러 명의 신인을 발굴하다 보니 비교적 손쉬운 반면, 월간지 발행 비용을 일정부분 전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 두고 혹자는 ‘공모 장사’라는 비아냥과 함께 문예지마다 경쟁적으로 배출해내는 신인들의 작품성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가 하면, 또 다른 혹자는 문예사를 운영하는 불가피한 수입 비목으로 인정될 수밖에 없는 현실론과 함께, 신인 또한 당선된 사실과 작품을 지인은 물론 세상에 알려야 할 일종의 창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문예지 등단이 문학발전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평도 내놓고 있다.

사정이 그러함에도 문예지는 정기적인 발행을 통해 작품을 선보일 공간이 충분하다는 점, 현직 문인들로 정예화된 회원들이 있어 서로 작품을 공유할 수도 있다는 점, 기성작가로서 창작집 발간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여러 이점(利點)이 있다.

자신의 작품을 출판사를 통해 직접 출간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출판사로부터 채택과 계약 여부에 따라 인세가 달라지기는 하나 무명인이 성공하기란 극히 제한적이다.

결국 등용의 관문 선택은 본인이겠으나, 매우 신중하기를 권한다. 한번 선택된 관문은 출신 고향이나 졸업학교처럼 앞으로 작품활동을 할 때마다 출신지(出身誌)가 두고두고 따라붙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인의 길로 등단했다면 글쓰기를 멈춰선 결코 아니 될 것이다. 평생 책 한 편 내놓기는커녕, 신인 등용이 끝맺음인 이들을 간혹 보게 되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작품을 내놓을 공간도 마땅하지 않거니와 평가의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귀포문인협회에서는 칠십리문학상, 서귀포문학상과 더불어 매년 2회 서귀포문학지를 발행하는 등 창작공간을 넓혀가는 가운데 그동안 까다로웠던 회원 가입조건을 활짝 열었다. 외지에서 정착한 문인을 비롯한 신세대문인을 대거 영입함으로써 서귀포문학관 건립을 비롯한 차세대 문학도 양성에 주력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이 시대 문인들과 내일을 열어갈 문학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린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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