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뮤지컬 산업의 가능성을 위한 제언
제주 뮤지컬 산업의 가능성을 위한 제언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4.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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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섭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 대표

문화경제의 관점에서 뮤지컬(Musical)은 춤과 노래, 그리고 스토리가 결합된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 증 하나이다. 

뮤지컬은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겪고 다시 경제적 부흥과 호황을 맞이하던 미국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특히, 전후(戰後) 낙관적이고 오락적인 문화에 대한 욕구가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와 맞물려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전의 유럽에서 성행했던 가벼운 오페라나 오페레타, 버라이어티쇼 등 다양한 공연예술장르의 영향을 받은 뮤지컬은 오늘날 전 세계의 크고 작은 공연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뮤지컬의 본 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브로드웨이에서는 해마다 1000석 이상의 객석을 보유한 40여개의 극장에서 연극과 뮤지컬을 공연하고 있다. 한 해 동안 극장을 찾는 관객의 수가 1300만이 넘는다고 한다. 

영국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이나 ‘레미제라블’의 경우, 지금까지 공연수입으로 벌어들인 액수만 하더라도 10조가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음반수입을 비롯해 공연과 관련된 부가적 경제효과와 더불어 문화적 영향력까지 감안하면 그 가치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이후부터 국내 뮤지컬 시장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창작뮤지컬 ‘지하철 1호선’, 넌 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 ‘난타’와 더불어 ‘오페라의 유령’같은 해외 작품이 공연되면서 많은 뮤지컬 매니아 층이 형성됐다. 그

 후 ‘지킬박사와 하이드’, ‘렌트’ 등 해외수입 뮤지컬들이 막대한 로얄티 지불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흥행몰이를 주도했다. 

정부에서도 문화산업으로서의 뮤지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조금씩 재정지원을 확대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중의 하나가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DIMF)’이다. 이 사업은 뮤지컬 중심도시구축과 세계적인 뮤지컬 전문축제를 유치하고자 대구시가 2006년부터 문체부의 후원을 받아 매년 여름에 개최하고 있다. 

해외 프로덕션과의 교류, 국내 창작 뮤지컬 지원, 미래 뮤지컬 인재 발굴 등 국내 뮤지컬 산업을 육성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관(官) 주도에 의한 정치성 논란과 획일적 사업추진, 예산부족, 관객유치, 교통체증 등 시행 과정상의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제주도의 경우, 현재 뮤지컬 전문단체나 교육시설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렇다 할 공연도 보이지 않는다. 

간혹, 육지부의 공연 팀에 도민 배우가 간간이 구색을 맞추는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도내 뮤지컬 창작에 대한 예술인들의 의욕이나 열의도 미흡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제주도의 뮤지컬 제작환경이나 인프라가 반드시 나쁜 것 만은 아니다. 우선, 음악이나 미술 등 관련 분야의 젊은 인적자원이 있으며 국제적인 관광지로서의 이점을 살릴 수 있다. 

도민 뿐 아니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관객개발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거기다가 무속신화나 마을풍습, 자연물 등 제주도가 지닌 독특한 문화자원은 타 지역과 차별화된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살릴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제주 공연예술계의 발전 뿐 아니라 콘텐츠 산업의 측면에서도 도내 뮤지컬의 제작역량과 기반 조성은 필요하다. 

다만, 보여주기식의 단기적 공연성과에 급급하기보다는 뮤지컬 인적자원의 발굴과 지원, 그리고 제작여건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작년 12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는 기존 공연법상 분류(음악, 무용, 연극, 연예, 국악, 곡예 등)에서 연극의 하위 장르로 인식되던 뮤지컬을 독립 장르로 분리, 표기하자는 '공연법 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관련 업계가 뮤지컬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가운데 제주 뮤지컬 산업의 실태와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불현듯 “못 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해서 못 한다”라는 예전의 한 유명 개그맨의 말이 떠오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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