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털을 잘 못 뽑아 진 선거
거위털을 잘 못 뽑아 진 선거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22.03.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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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 광주는 역대 선거에서 늘 민주당에 몰표를 안겨준다. 이번 제20대 대선도 그렇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85%를 기록한 반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12.7%에 불과했다.

그런데 광주 남구 봉선2동에서 윤 후보가 38.77%를 얻었다. 윤 후보의 본향(本鄕)도 아니고 처가도 아니고 그 어떤 연고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윤 후보의 득표율이 높았을까. 이 지역은 ‘광주의 강남’이라 불리는 이른바 ‘부촌’이다. 봉선 2동만이 아니라 ‘광주의 대치동’이라 불리는 동구 서남동도 윤 후보를 30.26%가 지지했고 동구 학동, 광산구 수완, 첨단2동 등도 윤 후보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들 지역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가(高價) 주택이 많아 부동산 보유세(재산세, 종부세)를 강화한 문재인 정부에 불만이 컸다는 공통점이 있다.

광주가 민주당의 텃밭이라하지만 세금 앞에서는 고개를 돌렸다는 얘기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세금 저항의 역사와 일치한다.

1215년 영국의 대헌장도 그러했고 1689년 권리장전도 그러했다. 1776년 미국의 독립전쟁과 1789년 프랑스혁명 역시 세금이 핵심 원인이었다. 처음에는 과도한 과세에 저항해, 과세에 납세자 자신들의 동의를 요구하던 것에서 시작됐다. 후에는 국가의 주인은 국민들이고 국민들은 그 대표를 통해 과세의 내용을 결정한다는 적극적인 의미로 발전했다.

그리하여 세금은 곧 투표권이었다.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투표권의 기준이었다.

영국의 대헌장은 “나의 재산과 자유를 빼앗지말라”이고 미국의 독립전쟁은 “대표 없이 과세없다”였다.

우리가 민주주의 대혁명이라는 프랑스혁명은 세금에 저항한, “가혹하게 털 뽑힌 거위들의 반란”이었다.

▲사실 문 정부 들어서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22번인가 23번인가 셀 수도 없이 내놓았다. 그럼에도 부동산 가격이 뛰었다.

이를 잡겠다고 정부는 세금을 더 올렸다.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또 임대수입에는 임대소득세 혹은 종합소득세도 있다. 이에 연동된 의료보험료도 있다.

고향에 부모님 사는 주택과 자기 주택등 소유 주택이 2개 이상이거나 고가주택일 때 세금은 폭등한다.

사람들은 이를 ‘징벌적 세금’이라고 한다. 주택을 2개 갖고 있다는 것이 왜 벌을 받을 일인가. 정부 잘못으로 오른 부동산 가격에 대해 왜 국민이 책임을 지나.

그렇다고 팔 수도 없다. 양도소득세를 내고 나면 남는게 없다. 사거나, 살거나, 세를 주거나, 팔거나 모든 경우에 세금이 왕창이다.

거위들의 털을 완전히 다 뽑고야 말겠다는 심사인지.

우리나라는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의 종류가 세계에서 가장 많고, 세율도 가장 높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국토보유세를 새로 꺼내들었다.

최대 2%의 토지세를 새로 걷겠다는 이 말에 거위들은 기호 2번을 외쳤다.

노무현 정부는 종부세를 도입했다가 다음해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박근혜 정부 때 조원동 경제수석은 증세 계획을 추진하면서 “거위가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살짝 깃털을 빼내는 것”이라고 했지만 여론이 반발하자 3일만에 철회했다.

지난 주말 민주당이 급했는지 1가구 1주택자의 부동산 보유세를 2020년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6월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세금 부담 완화에 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민심을 제대로 보았다. 다시는 한손에 세금을, 다른 한손에는 복지를 흔들며 국민을 편가르지 말아야 한다. 세금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선택할 문제이지, 이념으로 좌우할 일이 아니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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