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단상
20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단상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3.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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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호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동국대 영상대학원 부교수

2022년 3월 9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고 그 결과는 10일 새벽, 마지막까지도 박빙을 이루며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선인의 득표율 차는 0.73%, 표수로는 24만7077표.

개표 직전 공중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 0.6% 차이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을 때 모두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했다. 설마 대통령 선거에서 오차범위도 아닌 0.6%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다고? 1% 차이도 안 나는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고?

이 놀라움은 선거 불복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일으키며 모두를 TV 앞에 앉게 하였고 점점 흐름이 출구조사 결과대로 이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다들 할 말을 잃었다. 살다 살다 이런 선거는 처음 본다는 사람들과 나라가 두 쪽이 났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 선거는 정권연장과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의 싸움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후보자뿐 아니라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프레임이 작용한 셈이다. 20년 장기집권까지 호언장담했던 민주당으로서는 5년 만의 이번 심판이 무척이나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했던 것은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는 점이다. 무속에서 시작해서 배우자, 각종 비리 의혹 등의 네거티브 공세가 후보자들과 유권자들을 괴롭혔다. 이것은 누가 대통령으로서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후보자인지를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검증과 네거티브 사이에서 이미 비호감이 되어버린 두 후보 중 하나, 차선이라도 찍어야 하는 환경을 강요하는 현 정치권에 대한 비호감이기도 했다.

각종 의혹은 불거지지만 최종 투표일까지 무엇 하나 밝혀지는 것도 없고 시간상 밝혀질 수도 없는 사안들을 유권자 각자가 믿고 싶은 대로 믿고 투표하라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기만이며 현 선거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거대 양당 구도의 문제와 함께 이런 환경이 0.73%, 24만7077표 차이로 국민의 선택이 둘로 나눠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되기도 한다. 

반반으로 갈라진 표심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평생과업으로 여겼던 지역감정보다 더 심한 결과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좌와 우로 나뉜다지만 사실 양쪽 정당의 이번 정책을 보면 거의가 비슷하다. 정책상으로는 누가 좌이고 우인지조차 분간이 어렵다. 내 편과 네 편이라는 극심한 편 가름에 대한 숙제를 남긴 대선이라고도 한다.

그럼에도…. 먼저 수많은 상념 속에서도 선거승복 연설을 담백하고 깔끔하게 해준 이재명 후보자에게 존경을 표한다. 그에게 열광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했던 민주당과 지지자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와 함께 결과에 승복하는 성숙된 자세에 경의를 표한다.

이 정도 결과면 승자도 패자도 없는 선거였다. 그럼에도 정치는 냉정하게 이긴 편과 진 편을 나누는 현실이라고 한다. 진 것 같지 않지만 져 버린 선거에서, 져 버린 지지자들의 좌절과 상실의 깊이는 감히 측량하기도 입에 꺼내기도 어려울 만큼 깊고 깊을 것이다.

그럼에도 유권자의 47.83%라는 숫자는 희망을 갖기에 충분한 자산이라고 본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권력자와 부패세력을 감시하고 내일의 희망의 정치를 열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 그 지지자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힘든 싸움을 이겨내고 내일을 설계할 국민의 신뢰와 권력을 얻었으니 국민이 키운 대통령과 정당답게 국민을 위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번 선거의 득표 결과는 국민이 당선인에게 무엇보다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해 달라는 간절한 염원이고 주문이라고 여겨진다. 새 시대를 여는, 국민의 힘이 느껴지는 당선자의 정부와 희망의 정치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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