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문화예술교육
노인과 문화예술교육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3.0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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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섭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 대표

고려 시대 우탁(1262~1342)의 시조 ‘탄로가(嘆老歌)’에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은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白髮)은 막대로 치려 했더니 백발이 자기가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一手杖執 又一手荊棘握 老道荊棘防 來白髮杖打 白髮自先知 近來道)라는 내용이 있다.

‘세월 앞에 장사(壯士) 없다’고 누구나 나이가 들면 늙게 마련이다.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형상을 본떠 만든 한자 ‘老’ 역시 세월과 함께 육체적으로 쇠약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다.

하지만 의학의 발달과 식생활 환경 등의 변화로 인간의 수명 또한 길어지고 있다. 과거에 흔했던 60세 환갑잔치가 이제는 눈을 씻어도 찾아보기 어렵고 노인복지법에 따른 법정 노인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이 정부에 의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통계청은 현재 65세를 기준으로 전제 인구 중 고령층에 해당하는 비율이 1970년 3.1%에서 2020년 15.7%로 급상승하였으며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전 세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39.8%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와 더불어 노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복지, 여가 등의 정책 개발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노인문화예술교육은 ‘문화예술을 통해 노년의 삶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노인들이 새로운 삶을 다시 꿈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복지교육’이라 할 수 있다.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이후 초기의 노인복지정책은 주로 빈곤, 저소득 계층 노인을 대상으로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내용이 중심이었다. 즉 노인을 ‘사회, 경제적으로 빈곤한 약자’의 개념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었고, 노인이 ‘권리의 주체’라는 인식은 별로 없었다. 따라서 노인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전제로 하는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문화예술정책을 수립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2015년 ‘다음문화연구소’의 추미경 대표는 다음과 같은 개선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먼저 ‘노인을 경제·사회적 약자가 아닌 문화애호계층, 문화 마니아, 문화 자원봉사, 문화동호회 등 문화를 향유하는 정도나 단위에 따라 노인 지원 대상을 구분하는 한편 노인 관련 부처의 정책과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노인을 위한 교육은 평생교육의 일환으로서 학습이 구성돼야 하며, 노인 학습자들의 흥미나 욕구에 맞는 주제와 내용 구성을 통해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문화예술교육이 발달한 영국의 경우도 박물관이나 도서관 등의 문화기반시설을 중심으로 노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곳에서는 요가, 명상 같은 심신 개발 훈련을 비롯하여 댄스, 미술 등 노인 중심의 동호활동들이 진행된다.

고령층의 비율이 우리보다 높은 일본 역시 지역문화예술진흥의 차원에서 노인 주도의 생활문화예술활동이 활성화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에 와서야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의 일환으로 노인 문화예술지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지역문화진흥원이나 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에서 그와 관련한 프로그램들을 공모·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국의 노인복지관을 대상으로 무용, 미술, 사진, 연극, 음악 등의 수업을 하기도 하며,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예술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사업 시행 단체의 규모나 프로그램 내용이 제한적이어서 노인층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차후 다양한 기관이나 단체에서 양질의 문화예술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더 많은 노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할 것이다.

제주도 역시 갈수록 노인층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자신의 인생 2막을 좀 더 활기차고 신이 나게 보내기 위해 건강과 더불어 문화예술활동에도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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