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3.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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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칼럼니스트

한 사업가의 죽음을 접하고 나서 톨스토이의 소설 제목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도대체 무엇이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풍족한 환경에서 이승의 삶을 포기하게 했을까.

얼마나 유명을 달리한 게임회사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 회장의 이야기다. 우리나라 게임 세대의 전설적인 인물이기도 하고 그로 인해 숫자만으로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는 재산을 소유하고 있던 그였다. 얼핏 그가 가진 재산의 가치가 15조원이라고 하니 현실감이 확 떨어져 버린다.

제주도에 내려와서 한동안 ‘살암시민 살아진다’는 말이 가슴에 꽂힌 적이 있다. 어떤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는 평범하지만 아주 단단한 이야기를 듣고 감동을 한 적이 여러 번이었다.

그 말을 뒤집듯 그는 살아지는 삶 대신에 죽어지는 길을 택했다.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는 길을 택했다.

나는 그에 대해 잘 모른다. 나보다 몇 살 어린 나이이며 ‘바람의 나라’라는 유명한 게임의 개발자이자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와 소유권 분쟁이 있었으며 그로 인해 서로 막역한 사이였으나 관계가 서먹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참 전 내 아이가 정신 못 차리고 몰두하던 ‘메이플스토리’라는 게임을 가지고 있던 회사, 큰 인기를 얻은 ‘던전 앤 파이터’를 인수한 회사, 게임포털로서 엄청나게 성장했다는 사실, 회사를 일본에 상장했다는 사실 등 아주 단편적인 것들만 기억하고 있다. 

다만 넥슨이 제주로 본사를 이전한 덕에 한 번이라도 더 이름을 들었고 선배가 분양한 타운하우스에 그가 입주하면서 그의 존재를 알게 됐다.

또 내가 속한 아마추어 트럼펫 동호회의 발표 자리에 그가 초대되어 함께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우리 동호회 덕에 포기했던 트럼펫 레슨을 다시 시작했다는 나름 뿌듯한 이야기를 듣기도 한 인연이 전부였다.

나는 그에게 애써 다가가서 친해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굳이 친해져야 할 이유도 없었거니와 그가 우리나라의 내놓으라는 회사의 오너라는 사실 때문에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기 싫어 데면데면한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대신했다. 유명인을 만나고 언젠가 때가 되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충격은 여전히 가시질 않는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무엇이 더 이상 살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일까. 잠깐 동안 내가 받은 인상은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점과 이상하리만치 생기가 없어 보인다는 느낌이었다.

내가 아는 다른 오너들은 좌중을 주도한다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활발하게 하는 정열적인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는 정반대로 매우 수줍은 모습이었고 오히려 매사가 귀찮다는 느낌까지 전해줬다.

그가 어떤 사정이었는지는 앞으로도 모를 것이고 알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만 돈으로 사람이 사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알려준 듯싶다. 톨스토이의 주장대로 사람은 사랑으로 사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여전히 왠지 모를 안타까운 감정이 가시질 않는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터였다. 더 이상 추구해야 할 목표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진정한 자기편이 없이 외로움에 치를 떨었을까. 아니면 주변에서 돈이 많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받았을까.

사랑이라는 톨스토이적 결론 말고 내 주변을 소중히 살펴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맴돈다. 돈에 대한 탐욕이 세상의 주류가 되어있는 만큼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 준 그의 죽음 앞에서 괜히 뒤를 힐긋거리고 나는 무엇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다시 생각해본다.

참 하루하루가 어렵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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