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인은 말이 없으나
망인은 말이 없으나
  • 정용기 기자
  • 승인 2022.03.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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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학생생활관 철거공사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3일 오전 사고 현장으로 가는 택시에서 1보 기사를 쓰고 무너진 굴뚝이 왜 50대 남성이 타고 있던 굴착기를 덮쳤는지 후속 취재하기 시작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후 제주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첫 안전 사망사고여서 안전수칙 위반, 공사계획 이행 여부를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공사장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굴뚝은 마지막에 철거할 부분이었고, 굴뚝 주변으로 잔해물을 쌓아 올린 후 위에서 해체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원청 건설업체의 해체공사 작업계획서엔 문제의 굴뚝은 막바지에 철거가 계획돼 있었다. 해체공사 작업계획서를 접수한 행정당국은 굴뚝 해체방법은 명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업계획서는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도 부연했다.

취재 과정에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확실한 안전이 보장된 상황에서 굴뚝 해체가 이뤄졌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사망사고가 ‘인재(人災)’였는지를 밝히기 위한 수사가 한창이다. 경찰과 노동부는 관련 업체를 압수수색하는 강제수사까지 벌였다.

철거 계획대로 공사가 이뤄졌는 지와 공사 과정에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하려고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망인은 말이 없다. 망인조차 예상치 못했던 사고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도급업체에 몸담고 있던 망인에게도 말 못할 답답함이 많았을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과제는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문제를 끄집어 내고 수술대에 올려 고치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인재로 수많은 목숨을 잃었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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