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선거
깜깜이 선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3.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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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6일 앞으로 다가왔다. 4일과 5일에는 사전투표도 이뤄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일 공직선거법에 따라 오늘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된다고 밝혔다. 다만 2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 보도하는 것은 가능하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은 본투표가 종료되는 시점인 오는 9일 오후 7시30분까지이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의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이 개정되면서 투표 시간이 1시간30분 늘어났다.

정치권과 언론은 오늘부터 선거 당일인 9일까지를 ‘깜깜이’ 기간이라고 일컫는다. 선관위가 밝혔듯이 오늘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면서 유권자들은 전혀 막바지 표심의 흐름을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그동안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여론조사 결과를 본 투표자가 승산이 있는 후보를 지지하게 되거나(밴드왜건 효과), 열세자의 편을 드는(언더독 효과) 현상이 국민의 진의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공표를 금지해 왔다.

불공정하거나 부정확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경우 선거의 공정성을 결정적으로 해칠 가능성이 높고, 이를 반박하고 시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대 대선 당시 출처 불명의 가짜뉴스가 선거 막바지에 무차별적으로 살포됐다. 특히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이를 통한 가짜뉴스 살포가 극성을 부리면서 민심을 교란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19대 대선 당시 적발된 가짜뉴스는 2만건을 넘었다. 이는 지난 18대 대선 때보다 5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다.

현재 양강 체제를 형성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연일 불꽃 튀는 초접전을 벌이면서 막판까지 예측불허의 승부를 이어 가고 있다.

양측은 진영 결집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최대 승부처인 중도·부동층 공략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대선 전 마지막으로 공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는 남은 선거운동 기간 각 후보 진영의 기세에 큰 영향을 끼치고 표심을 확정하지 못 한 부동층을 흡수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야는 깜깜이 기간이 시작되기 전 승기를 잡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여론조사 결과라고 보고 여론조사 응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각 지지층을 상대로 총력전을 펼쳤다.

한국갤럽에서 실시해온 대선 전 여론조사와 실제 득표 결과를 비교해보면 선거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규정한 공직선거법이 제정된 1994년 이후 실시된 1997년 15대 대선부터 2017년 19대 대선까지 모두 ‘마지막 여론조사’의 1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19대 대선에선 2, 3위가 달라졌지만 나머지 선거에서는 주요 후보자들의 순위도 그대로 유지됐다.

양강 후보가 유례없는 막판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번 대선은 역대급 깜깜이 선거가 될 전망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양강 후보가 오차범위 내 지지율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오늘부터는 누구의 지지율이 앞섰다느니 하는 거짓 여론조사가 온라인 상에서 유포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깜깜이 선거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공직선거법 취지는 ‘밴드왜건 효과’나 ‘언더독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짜뉴스에 따른 부작용이 훨씬 더 심각하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두지 않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현실적으로 각 후보 진영은 공표 금지 기간에도 여론조사를 계속해 표심 흐름을 알 수 있지만 일반 유권자는 전혀 흐름을 알 수 없다. 

이래저래 유권자들은 갑갑한 6일을 보내게 됐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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