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지게 웃기는 일
뒤집어지게 웃기는 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3.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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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중훈 시인

인터넷을 뒤지다가 우연히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어 드려다 봤다. 세상에서 가장 웃기는 사진이라는 기사다.

개를 중심으로 찍힌 몇 장이 사진이 보인다. 사진과 함께 작가의 글도 함께 있다. 군중 속에서 앉았거나 엎드려 있는 개의 모습이다. 개는 개의 눈으로 개의 눈높이의 사물을 보고 있다.

‘개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라는 타이틀과 함께 ‘사람들은 그 사진을 보면서 재미있어한다’라는 글이 관심을 끈다. 미국 사진작가 ‘엘리엇 어윗’의 사진이다.

어느 새 나의 표정에도 가벼운 미소가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사진 속에는 예상치 못했던 것이 있었다. 개의 눈높이로 본 세상이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비좁은 지하철 속이나 만원 버스 속에서 겪는 키 작은 사람의 표정을 보는 개의 표정 또는 슬리퍼를 끌고 있는 여인이 마치 개에게 끌려가는 듯한 모습 등이 우리들의 숨겨진 일상을 보는 듯해서다.

눈높이에 따라 달리 보이는 세상, 그래서 세계인들은 ‘엘리엇 어윗’을 두고 위트와 유머의 사진가라고 한다. 어윗 역시 스스로에게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큰 성공이며 그만큼 어려운 것이기에 더 보람을 느낀다’라고 했다. 웃기지만 웃음 이상의 철학이 있고 깊은 이해력이 요구되는 작품이 ‘엘리엇 어윗’의 작품이다.

그렇다. 어떤 웃음이, 어떤 미소가 우리 사는 세상에 철학적 의미를 갖게 하며 기쁨을 줄까. 우리의 주변에도 웃기는 일은 많다. 이 나라 정치 속을 드려다 봐도 그렇다. 며칠 있으면 이 나라의 운명을 책임질 대통령이 선출된다. 대통령을 꿈꾸는 후보들에게서도 웃기는 변들이 많다.

우리를 잘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 통일이 어쩌고 평화가 어쩌고 일인당 기본소득을 얼마가 되게 만들 것이며 그래도 부족하면 국가가 보상(?)까지 해준다는 수준의 공약이다. 어쩌면 놀고 있어도 국가가 우리를 먹여 살려준다는 천국과도 같은 말의 성찬들이 우리를 웃긴다. 

제주의 명운이 달린 것이라면서 내건 공약도 있다. 2016년도에 정부가 전남을 비롯한 호남권 지자체의 요구에 따라 추진하다가 제주도의 반대에 부딪혀 백지화됐던 육지와 제주를 잇는 ‘제주해저터널사업’이 그것이다. 지난 1월 여당의 이재명 후보가 이를 또다시 꺼내 들었다. 이에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이 함께 거들었다.

‘해저고속철은 제주의 명운이 달린 사업’이라며 ‘제주도도 해저고속철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추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제주도민들과 제2공항추진연합 등 제주제2공항유치운동단체들은 ‘표를 쫓는 인기 영합용 발언’이라면서 ‘제2공항 건설을 약속했던 문제인 대통령의 공약은 어디 가고 생뚱맞은 해저터널사업이냐’고 따져 물었다.

특히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을 향해서는 ‘해저터널에 제주의 명운을 걸 거라면 차라리 제주제2공항사업에 목숨을 바치라’는 규탄의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제주의 언론들도 ‘제주 해저터널, 제2공항 갈등 재점화 불 댕기나’라는 제목을 달며 많은 우려를 나타냈다. 

전남~제주 해저터널 건설은 대선 때마다 등장한 단골 메뉴다. 제18대 대선을 1개월 앞둔 시점에서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역시 공약으로 해저터널 건설공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반대 여론이 형성되자 공약을 철회한 바 있다.

이재명 후보 역시 결국 그의 구상을 접었다. ‘꽤 오래된 논쟁거리라서 구상을 접었다’는 이유다. 그렇다면 왜 논쟁거리인 이 사업을 명칭까지 살짝 바꿔가면서 또다시 호명했단 말인가. 지난번 대선 때처럼 특정 지역 단체장들의 요구에 의해서인가? 아니면 투전꾼이 화투놀이처럼 모험을 걸어본 건가? 그렇다면 제주도민은 고작 투전꾼의 놀이 대상 정도밖에 안 된다는 말인가.

웃고 넘기기엔 너무나 저질의 해프닝이다. 만약 ‘엘리엇 어윗’이라면 이 상황을 그의 카메라에 어떻게 담았을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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