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언저리에서
예술가의 언저리에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3.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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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수필가

중국 근대 문학의 개척자로 알려진 루쉰의 수필에서 이런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이전 나는 정열을 가지고 잘못된 사회를 공격하는 글을 쓴 일이 있다. 별 대수로운 내용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사회는 내가 그런 글을 써서 공격하고 있다는 데에 대해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그 글을 읽고 혼자서 하하하 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마치 내 얘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30년 수필을 써 오고 있지만 어쩌면 아무도 읽어 주지 않는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 문득 초라함이 들었다. 

별반 자신의 무명을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세상은 무명의 사람에겐 냉정하다. 읽어 주지 않아도 한 글자 한 글자 열심히 생각하며 써야만 한다는 건 괴로운 얘기다.

어떤 남자가 내게 물어왔다. 

“예술을 뭐라고 생각하십니까?”하고.
“제비꽃이요”
“왜요?”
“짝사랑이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 ‘아티스’ 가 아름다운 소녀 ‘이아’의 진실한 사랑을 모른 척하자 ‘이아’가 죽어 제비꽃이 되었다는 얘기 모르세요. 예술은 상대가 몰라줘도 겸손과 진실로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패배죠.”

그는 마치 수필가라는 나를 조롱이라도 하고 싶은 투로 다시 물어왔다.

“그러니까 예술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돼지코입니다.”
“뭐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코는 제비꽃의 향기를 알고 있습니다.”

쏘아붙이듯 내던지고 그와 헤어져 버스에 탔다. 

많은 시간을 예술의 언저리에서 서성거렸다.

예술을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믿는가, 하고 내 자신에 물어본다. 믿을 수밖에, 방법이 없다. 
 
믿는 능력이 없다면 이미 패배자니까. 믿고 패배하는 것에 대해서는 후회는 없다. 오히려 영원의 승리다.

문학의 언저리에서, 예술의 언저리에서 서성거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타협하고 싶다는 정열이 아닐까 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어도 수치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사랑이다. 문학에 대한 나의 제비꽃 사랑이다. 

불평하지 말자. 조용히 믿고 가자. 세상은 아직도 예술로 치유해야만 할 많은 일 들이 있기 때문에.

쓸쓸함을 견디는 것. 그것이 예술가의 생활이다. 예술가는 자기변명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패배의 모습이니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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