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증후군과 안면홍조 (2)
갱년기증후군과 안면홍조 (2)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2.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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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진 한의학박사

한방에서 혈허증은 아침에 힘든 기허증과 반대로 저녁에 증상이 더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피로, 피부 건조로 시작해서 그것이 누적되면 밤에 심해지며 맑지 않은 은근한 혈허두통이 생기고, 이에 잠을 편히 못 자 신경과민이 되며, 이것이 더 누적되면 안면홍조와 족장열(발바닥이 갑갑하고 뜨거워 이불 밖에 내놓고 잠)에 이르게 되는 것이 혈허증의 전변이라 할 수 있다.

에스트로겐 호르몬 요법이 오래 치료해도 완치가 힘들고 효과가 더딜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에스트로겐이 혈액을 구성하는 극히 일부 성분밖에 안 되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혈액을 만드는 인체의 능력을 회복시키는 데에는 이바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호르몬제가 치료의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라 할 수 있겠다. 주연은 혈허를 회복하는 것들인데 피의 재료가 되는 균형 잡힌 영양을 잘 먹고, 피가 잘 만들어지는 시간인 수면시간을 늘리는 것이 그것이다. 다시 말해 영양공급을 넘어 피를 만드는 능력을 증강시키는 음식과 한약과 휴식이 갱년기증후군 치료의 주인공이다. 

‘에스트로겐 부족으로 인한 시상하부 메커니즘의 실조’로 양방생리 병리 학자들이 설명은 어찌어찌하지만 잘 낫지 않는 갱년기의 대표적인 증상이 ‘안면홍조’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혈허로 인한 갱년기 증상일 뿐이지만 호르몬제로 조절이 안 되면 부신피질 호르몬제(스테로이드성 항염제)에서부터 항생제, 여드름 예방 연고, 항우울증제까지 동원되고 피부과 레이저 시술까지 받아도 치료가 쉽지 않은 증상이 ‘안면홍조’다. 

한방에서는 갱년기증후군과 안면홍조를 혈허증(血虛症)이라고 보고 보혈약(補血藥)으로 치료한다. 양약에는 없는 보혈 한약의 기능은 첫째 영양공급, 둘째 조혈 능력향상, 셋째 피로회복과 소화, 수면 개선이다. 

한 달만 치료해도 삶의 질이 달라지고 3개월 정도 치료하면 대부분 만족스러운 치료 효과를 보기 때문에 양방보다 평균적인 치료 기간이 짧은 편이다. 이런 ‘치료 기간’과 ‘효과’의 현격한 차이가 있기에 일단 갱년기 증후군은 한의원에서 먼저 혈허증을 개선시키고 나서 그래도 낫지 않는 경우 다른 질환 가능성을 의심하는 치료 설계가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출산 직후 수혈받을 정도가 아닌 정도로 피가 부족하여 모유가 부족할 때 피를 맑게 하고 보충할 목적으로 ‘유즙분비호르몬’을 먹는 것이 아니라 “미역국”을 먹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한약으로 갱년기 혈허증을 우선적으로 개선시켜 전체적인 기본 체력이 좋아진 상태에서 만에 하나 정도라도 있을 그다음 진료를 준비케 도와주는 것이, 35년간 월경으로 고생하다 완경을 맞이한 그녀들의 몸과 마음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치료설계라 생각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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