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아이를 소중하게
한 명의 아이를 소중하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2.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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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주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교사

오늘은 연수(가명)를 만나는 날이다. 방학이지만 연수가 안전하게 생활하는지 확인도 하고 연수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멘토링 활동을 하고 있다. 

연수는 2학년 과정을 수료했다. 연수가 2년 과정을 수료하기까지 매 순간 잠시도 연수의 상황을 안심할 수 없었다. 입학 초기부터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아침에 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간을 피해서 등교하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고, 자존감은 매우 낮아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나쁘게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이다.

연수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일탈행동을 많이 했고, 친구들 대부분이 일명 노는 아이들이라 자기 의지가 부족하여 친구들에게 끌려다니고 있었다. 부모님들은 연수의 이런 행동에 매우 힘들어 하고 생활전선이 바쁘기 때문에 거의 반은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등학교만 무사히 졸업하면 좋겠다는 게 부모님 마음이다.

1학년 때는 코로나19가 시작되는 해여서 등교가 6월에야 가능했다. 학교 밖에서 많은 일탈 행동들이 이어졌고 관련하여 친구들이 법원 재판에 계류되어 있기도 했다. 1학년 입학 후 정서행동특성 검사를 실시하였는데 기회만 있으면 죽고 싶은 마음이 많고 모든 친구들이 자신을 떠날까 봐 두려워하였다. 마음이 여리다 보니 친구들이 금세 친하다가 순식간에 모두 자신을 두고 떠날 것이라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자연스럽게 상담실에서 특별관리 대상이 되었다. 

매주 상담을 진행하며 조금씩 자기가 소중함을 알아가고 학교 내 행복교실을 통해 네일아트, 공예활동, 제과제빵, 바리스타 교육에 참가하였다. 손으로 하는 것에 관심이 많고 재능이 있어서 만들기도 다른 친구들보다 잘하고 창의력도 있다. 힘들지만 함께 행복교실에서 1년 과정을 마치고 2학년이 되었다.

2학년이 되어서는 같이 지내는 친구들이 대부분 정서적으로 힘든 아이들이다 보니 자해가 점점 자주 일어났다. 자해하면서도 1학기는 그래도 학교에 잘 나오고 행복교실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에 참여도 높았다. 함께 다니던 친구들이 자퇴하거나 전학 가면서 연수는 급격하게 자신의 힘을 잃어갔다. 전학 간 친구와 어울리면서 함께 자살 시도를 하고 말았다. 음독하였는데 응급실에 입원하여 3일 만에 깨어났다.

학교에서는 상담과 행복교실에 참여하고 교육청에 학생건강추진단에 의뢰되어 관리되고 있으며 병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학교와 교육청, 부모님은 위기관리협의회를 통해 머리를 맞대고 연수를 돕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였다.

연수의 장점을 강화시켜주고 부모와 학교가 긴밀한 관계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만들기도 좋아하지만 친구들을 좋아하여서 자기 것을 잘 베풀고 장차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 꿈인 아이다.

사실 그동안 상담을 진행하면서 연수의 장점을 가지고 엄마와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 연수가 문제 행동을 했을 때 함께 걱정하며 방법을 논의했다. 부모님들도 많이 지쳐있지만 학교와 함께 힘을 내 보기로 했다.

2학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우리는 다시 논의하였다. 방학을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연수에게 어떤 관심을 가져야 할지 논의했다. 연수가 방학 동안 혹시 배우고 싶은 것을 생각해보고 함께 멘토링을 해보기로 했다. 긴긴 방학을 집에서만 보내다가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가능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하는 방법도 모색해 보았다.

그런데 병원에 환자들이 많아서 입원실이 없는 지경이다. 연수보다 더 위험하고 긴급한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요즈음 청소년들이 정서적으로 매우 힘들어 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방학이 시작되고 그래도 연수는 나랑 만나기로 한 날은 아침 일찍 준비하고 카톡을 한다. 오늘은 연수가 좋아하는 바리스타 교육이라 카페에서 만난다. 내가 도착하였을 때 이미 연수는 교육을 받고 있었다. 방긋 웃으며 인사하는 연수는 누가 바도 해맑은 여고생이다. 우리는 다정하게 셀카를 찍고 연수가 만든 커피를 함께 마시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지지받고 있다고 느끼는 연수는 어둠의 터널을 겨우 벗어나고 있다. 앞으로 1년을 더 교육과정을 통해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 있겠지만 학교는 선생님, 가정, 지역사회와 연계점을 찾고 있다.

아이들은 세심한 관심과 자기를 이해해주는 손길에 마음을 준다. 긴긴 방학 동안 아이들은 자기 나름대로 성장통을 겪는다. 주변의 어른들의 따뜻한 손길과 격려가 필요한 때에다. 청소년들은 직접 만나지 않고도 자신의 고민을 365일 24시간 청소년 이야기 ‘다 들어 줄 개’를 카톡이나 페북 1661-5004 문자를 통해 모바일 상담이 가능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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