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교문 밖으로…학교폭력 대응 미흡
피해자가 교문 밖으로…학교폭력 대응 미흡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2.02.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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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학생 ‘분리’ 미비…2차 피해 혹은 피해학생이 전학
학폭위 심의 결정도 상당기간 소요…법·제도 개선 시급

지난해 동급생 3명으로부터 괴롭힘과 따돌림에 시달려 온 중학생 A군은 결국 다니던 학교를 나와야했다.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은 A군은 신체적인 아픔보다 더 큰 정신적인 고통을 겪다 결국 ‘피해자’임에도 학교를 옮겨야했다.

같은 해 남학생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던 고등학생 B양은 가해학생들과 분리조치가 되지 않으면서 2차 피해를 호소했다. 학교와 교육당국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B양은 결국 자신의 억울함을 직접 온라인을 통해 알려야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들이 교육당국의 미흡한 대처로 두 번 울고 있다.

‘전면 등교수업’을 원칙으로 한 새 학기를 앞두고 있는 만큼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당국의 대응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학교폭력 발생 시 피해학생을 가해학생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학교폭력 가해자 즉시분리 제도 ▲학교장 긴급조치 등이 대표적이다.

각 학교는 학생 간 폭력을 인지할 경우 가해자 즉시분리 제도에 따라 최대 3일 동안 가해학생을 별도의 장소에 격리해야 한다.

그러나 격리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지침이 미흡한데다, 피해 학생이 병원 치료 등으로 학교에 등교하지 않을 경우 분리된 것으로 간주해 가해학생에 대한 격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학교장 긴급조치는 학교폭력 발생 후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의 최종 결정까지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분리하기 위한 조치지만, 법적 강제성 없이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고, 출석정지 등 물리적인 분리가 아닌 이상 얼마든지 학교에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마주할 수 있어 실효성이 미비하다.

학교폭력에 대한 심의를 맡고 있는 학폭위 역시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잖다.

학폭위 심의가 열리려면 교육당국이 위원을 소집하고, 피해 및 가해학생 부모와 참석 가능한 심의 날짜를 조율해야하는 등 사전 절차에도 상당 기간이 소요되고 있다.

또 학교폭력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자료 등을 검토해야 하고, 피해 및 가해학생 대상 질의응답 등의 절차를 거치다보면 심의 결과가 도출되기까지 최소 몇 주가 소요된다.

학폭위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2차 피해가 발생할 여지가 큰 셈이다.

실제 A군의 경우 지난해 9월 학교폭력 사실이 드러났지만 학폭위는 11월이 돼서야 열렸다. 결국 A군은 학폭위의 심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장기간 등교하지 못했다.

더욱이 학폭위 심의 결과 가해학생 중 1명만 학급교체 결정이 내려졌고, 나머지 2명은 각각 교내봉사, 출석정지 5일 등에 그치면서 물리적인 분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폭위 심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교육당국이 할 수 있는 조치는 해당 학교장에게 긴급조치를 권고하는 것뿐이다. 이는 학교장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긴급조치를 내리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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