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뷰티, 허브
지속가능한 뷰티, 허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2.2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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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KBII 한국뷰티산업연구소 수석연구원)

장시간 마스크 착용에 따른 피부 트러블과 함께 전 세계적인 환경오염으로 인해 피부 및 자연에 두루 해로운 화학 성분을 꺼리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뷰티업계에서는 더욱 피부 자극이 적고 친환경적인 허브가 주요 성분으로 함유된 화장품을 선호하는 추세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많아짐으로써 정신과 몸을 균형감 있게 회복시켜주고, 외모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것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를 위해 사람들은 자연의 식물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좋은 성분들을 이용한다.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하면서 풀과 열매를 음식에 활용하거나 병을 치료하는 약제로 다양하게 이용하여 왔으며 점차 생활의 지혜를 얻으면서 인간에게 유익하고 유용한 식물을 구별하여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식물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허브(Herb)라고 할 수 있다.

허브는 푸른 풀을 의미하며 라틴어 ‘헤르바(Herba)’에 어원을 두고 있다. 고대에서는 향과 약초라는 뜻으로 이 말을 사용하였으며 현대에 와서는 ‘꽃과 종자, 줄기, 잎, 뿌리 등이 약용, 미용, 요리, 향료, 살균, 살충 등에 사용되는 인간에게 유용한 모든 초본식물과 목본식물’을 허브라고 한다. 기원전 4세기경의 그리스 학자인 데오프라스토스는 식물을 교목, 관목, 초본으로 나누면서 최초로 허브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유럽, 지중해 연안, 서남아시아 등인 페퍼민트, 라벤더, 로즈메리, 티트리, 세이지, 타임, 레몬밤, 캐모마일 뿐만 아니라 우리 선조들이 단오날에 쓰던 창포와 양념으로 빼놓을 수 없는 마늘, 파, 고추 그리고 민간요법에 쓰이던 익모초, 쑥, 엉겅퀴 등을 모두 허브라고 할 수 있다. 지구상에 자생하면서 유익하게 이용되는 허브는 미나리과, 지치과, 국화과, 백합과, 꿀풀과 등 약 3000여 종이 있으며 약용, 관상, 인테리어, 요리, 염료, 미용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 때 부패를 막고 초향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스파이스(spice)와 허브를 사용하였다. 당시 무덤에서 발견된 파피루스에는 식물의 치료 효과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 펜넬이 눈에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허브의 향을 이용하여 아픈 곳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어 경애와 숭배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였으며 중국과 바빌로니아에서는 기원전 5000년경부터 허브를 사용하였고 이집트에서도 기원전 3000년경에, 기원전 2500년의 아시리아의 점토판에는 250종의 허브를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역사적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출토된 점토판에는 인간에게 유용한 식물의 목록이 새겨져 있으며, 고대 로마 시대의 학자 디오스코리데스(Dioscorides)가 A.D. 1세기에 저술한 약학, 의학, 식물학의 원전인 ‘약물지’에는 600여 종의 허브가 적혀 있다. 인도에서는 홀리바질(Holly basil)을 힌두교의 크리슈나신과 비슈누신에게 봉헌하는 신성한 허브로 여겼는데 힌두교의 성스러운 허브라는 뜻으로 ‘툴라시(Tulasi)’라고 하였다. 현재에도 이 허브가 ‘천국으로 가는 문을 연다’고 믿어 죽은 사람 가슴에 홀리바질 잎을 놓아둔다. 

서양에서의 방향성 식물들은 주로 중동과 이집트에서 생산되었는데, 그 종류가 매우 많았으며 의약품, 식품, 화장품, 향료 등의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었다. 히포크라테스는 그의 저서에 400여 종의 약초를 수록하였는데 특히 타라곤(Tarragon)을 뱀과 미친게 물렸을 때 사용하는 약초로 기록하였다. 중세인들은 치커리(Chicory)를 말라리아나 간장병을 고치는 약초로, 로즈마리의 산뜻하고 강한 향을 이용하여 악귀를 물리치는 신성한 힘을 가진 허브로 여겼다.

허브의 자연 향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허브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은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어 피부 타입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면 건강한 피부를 가꾸는 데 도움이 된다. 라벤더는 마음을 안정시켜 피로회복이나 긴장완화에 도움을 주는 허브. 피부 염증을 소독해주고 피부세포를 활성화시켜 노화를 예방하며, 피부를 촉촉하고 건강하게 가꿔준다. 캐모마일은 자외선에 의해 생기는 주근깨와 기미를 예방한다. 긴장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어 말린 캐모마일을 베갯속에 넣어두고 자거나, 차로 우려 마시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로즈메리는 뇌세포를 활성화시켜 두뇌를 맑게 하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준다. 살균·소독 작용과 함께 피부 유수분 밸런스를 맞춰줘 생기 있는 피부톤으로 가꿔준다. 두피를 튼튼하게 해 비듬이나 탈모를 예방해주는 효과도 있다. 티트리는 상처나 화상, 염증을 치료하는 등 강한 살균 효과가 있다. 피부 깊숙이 침투해 박테리아를 없애주므로 여드름이나 뾰루지 등이 자주 생기는 트러블 피부에 효과적이다. 흥분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데도 도움을 준다. 페퍼민트는 시원하고 상쾌한 향을 가진 허브로 근육의 피로를 풀어준다. 과잉 피지분비를 억제해주고 모공을 깨끗하게 관리해주는 효과가 있어 피지량이 많은 지성 피부에 효과적이다.

사람들은 자연의 식물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좋은 성분들을 이용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고 아름답게 가꿔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허브는 천연의 재료를 사용한 것이어서 공해가 없고 편안하고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최상의 재료이고, 피로와 스트레스 탈출방법이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뷰티’가 대세이며 아울러 허브에 관한 관심도 더욱 커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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