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정 피해자도 명예회복 길 연 4‧3 특별재심
미군정 피해자도 명예회복 길 연 4‧3 특별재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2.1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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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특별법 개정 후 첫 특별재심이 개시됐다. 미군정 재판 피해자도 포함돼 우리 법원의 판단을 통한 구제의 길이 열리게 됐다.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4·3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은 고태명 할아버지(90) 등 4·3 생존수형인 및 유족 33명의 특별재심에 대한 개시를 결정했다고 그제(15일) 밝혔다. 전체 청구인 34명 중 1명은 다른 재심을 통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아 제외됐다.

이들에 대한 특별재심 절차는 지난해 12월 본격화됐다. 제주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총 세 차례 심문 절차를 거친 후 지난달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었다. 그런데 심문과정에서 ‘주권 면제’ 등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주권 면제’는 모든 국가의 주권이 평등하다는 원칙 아래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재판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이번 재심 청구인 중 1명이 헌법 공포 이전인 1947년 태평양미국육군총사령부 산하기관에서 재판을 받고 수감됐기 때문에 ‘주권 면제’ 원칙과 충돌하는지 법리적 검토 필요성이 제기됐다.

재판부는 미군정청이 정부 수립 이후인 1948년 10월 5일 ‘군정재판에 의한 죄수에 대한 일체의 관할권’을 우리나라 사법당국으로 이양했고, 같은 해 9월 13일 제정된 대한민국 대통령령 제3호 ‘남조선 과도정부기구 인수에 관한 건’을 통해 과도정부 법원이 모두 대한민국 사법부로 인수됐음을 명확히 했다는 점을 들어 재심 대상 판결 또한 우리나라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으로 봐야한다고 최종 판단했다. 미군정 하에서 재판을 받은 4·3 피해자의 재심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또 4·3특별법과 형사소송법의 충돌로 재심 청구자격에 논란이 일었던 4·3피해자 조카들의 청구자격도 인정했다. 4·3 당시 혼인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온 가족이 사망한 경우가 많고, 4·3이 있은 후 70년도 넘어 특별재심절차가 마련된 점, 이로 인해 형사소송법에 따른 재심청구권자인 희생자 본인은 물론 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고, 특히 자녀 없이 사망한 희생자의 경우 재심청구권자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결정은 4·3특별법 전면 개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특별재심 결과는 향후 이어질 재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별재심을 통해 무고함이 밝혀져 이제라도 생존수형인과 유족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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