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한라산 브레이크
대선과 한라산 브레이크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2.02.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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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능력주의가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지를 묻는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그가 공정이란 화두를 던진 것이다.

샌델 교수는 기회가 평등하면 재능에 따라 누구나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믿지만 수많은 통계는 능력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상승은 더 이상 이뤄지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쉽게 말해 부모가 가난하면 자식도 잘 살 수 없는 사회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의미다.

샌델 교수는 사회가 우리 재능에 준 보상은 행운 덕이지 업적 덕이 아님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운명의 우연성을 제대로 인지하면 일정한 겸손이 비롯된다. 겸손함은 우리를 갈라놓고 있는 가혹한 성공 윤리에서 돌아설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은 능력주의 폭정을 넘어, 보다 덜 악의적이고 보다 더 관대한 공적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간다고 제시한다.

세계적인 환경 구루(guru)인 마이클 셀렌버거는 문제작인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서 이른바 종말론적 환경주의의 실체를 파고든다. 그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환경 영웅이다.

셀렌버거는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이 불타고 있고,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아 북극곰이 죽어가는 등 이대로라면 지구가 불모의 땅이 될 것이란 흔한 상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극단의 환경주의자들이 세뇌해 온 교조주의적 통념이라고 주장한다. 북극곰 개체가 줄어드는 더 큰 원인은 인간의 사냥이고 아마존의 열대우림은 80%가 건재한 데다 식물들이 호흡하는 과정에서 다시 산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지구의 허파라는 표현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자연을 구하려면 인공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셀렌버거의 논리의 핵심이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비판도 등장한다.

그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비싸고 불안정하다. 태양광 패널은 1당 최대 생산전력이 50W(와트)인 반면 천연가스와 원자력은 2000~6000W. 태양광 패널로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쫓아가려면 많은 숲을 파괴해야 한다. 지구의 모든 사람이 신재생 에너지에 의존할 경우 지금보다 100배나 많은 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셀런버거는 교조적 환경주의는 일종의 종교다. 개발도상국으로 강제 선교가 이어진다. 산업화 문턱에도 가지 못한 나라에 탈산업화를 강요하면서 비극을 초래한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나무를 더 많이 베어내고 숲을 없앨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바야흐로 한국사회에 착각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대통령 적임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정당마다 자당 후보야말로 국가 지도자로서 자격을 갖췄다며 온갖 공약을 보태 유권자의 표심을 훔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국민적인 평가가 무색할 만큼 보무도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

정책과 공약은 실종되고 온갖 의혹과 논란만이 난무하는 데도 말이다.

물론 착각은 자유다.

유권자가 속지 않는 게 중요하다. 착시를 피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착시는 생활주변이나 자연에도 비일비재하다. 일명 도깨비 도로도 착시현상의 산물이다.

최근 대중 스포츠 반열에 오른 골프에도 착시가 있다. 그린 경사를 실제와 다르게 인지하는 마운틴오션 브레이크가 대표적이다. 제주 골프장에는 한라산 브레이크가 있다. 제주 전체가 한라산을 따라 바다 쪽으로 기울어진 탓에 눈에 보이는 골프장 지형과는 달라 발생한다.

골퍼가 한라산 브레이크에 속아선 홀컵에 볼을 집어넣을 수 없다.

골프나 대선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 대선에서 착시 요인은 이념진영 논리와 정치꾼들이 던진 프레임 정도일 것이다. 골프야 잘못돼도 타수만 잃을 뿐이지만 대선은 시쳇말로 폭망을 국가적으로 초래한다는 점을 국민들은 결코 잊어선 안 된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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