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 대하여
인문학에 대하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2.1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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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훈식(시인·조엽문학회 회장)

인문학은 현대의 좌표다. 문학과 역사, 철학을 복합하여 더욱더 나은 삶을 사는 방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광의로 해석하면 운명과 숙명을 만나서 무엇을 했느냐에서 비롯한다. 문학을 나름으로 설정하고 진행하는 그 무엇의 바탕은 고백이다. 고백을 거칠게 표현하자면 저지름이다. 

여기서 저지른다는 의미로는 언어미학을 획득하기 위하여 글을 쓰라는 의미이다. 한글을 읽을 줄 알면 초등학교 1학년도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일기가 곧 고백의 원천이다. 여기서 진화하여 특정인을 위한 편지를 쓰게 되고, 만인에게 남기려는 자서전 쓰기로 이어진다. 삶 자체를 글감이라고 생각하면 쓰는 글마다 고백이 되는데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고백인가? 글로 깨우치는 과정에서 솔직하고 정성을 가미한 투명한 표현이 고백을 돋보이게 한다. 평범하게 진술하기보다는 묘사해야 문학이 된다는 영역에 닿는다. 

그러니까 그동안 쓴 글이 쌓이면서 개인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글은 작가가 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므로 사실을 기록하는 범주를 넘어서 진실의 길에서 상상으로나마 다양한 관념을 구체화하기에 창의적인 의지의 소산이다.  

예를 들어 석양이 바다에 닿으면 물이 끓는 소리가 난다고 말하면 현실로는 엉터리 착상이지만 진실의 길에선 멋진 문학적 묘사이다. 세상을 떠나는 것은 다시는 만날 수 없을 만큼 멀리 가기에 그리움만 쌓인다는 어느 원로시인은 모든 열매는 둥글다는 착상에서 둥근 이유로는 골고루 햇볕을 받아 잘 익어야 하고 빗물이 고여 어느 부분이라도 썩지 말기를 바라서 열매가 둥글다고 했음에 하늘이 진공이라서 허공엔 새 발자국이 없다는 묘사도 가능해진다. 

이 겨울에 가장 늦게 녹는 눈을 눈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애틋한 사람의 손길로 만들어진 천연조각품이라서 그리움의 상징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올해도 봄이 오면 좋은 일만 있으라고 입춘대길 첩을 써서 대문에 붙인다. 나는 시로 입춘대길을 맞이하겠다고 입춘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썼다. 

매화가 핀 나뭇가지에/ 다정히 앉은 참새 한 쌍이/ 
고드름 녹는 기와 처마에/ 둥지 지으려고 눈여겨보면/ 
알 낳고 새끼 품는 봄이 온다. 

참새 한 쌍이 기와 처마에 집을 짓는 것과 상관없이 봄이 온다고 사실적으로 판단하면 이 시는 별로지만 진실의 눈으로 감상하면 제법 잘 쓴 시에 속한다. 묘사가 한몫한다는 의미이다.

고백으로 마음을 진솔하고 투명하게 뉘우쳤다면 묘사로 기교를 부려서 언어예술을 배우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깨우침을 배웠다면 인문학의 결론인 철학인 인생의 발견을 글로 남기려는 깨달음이 문학의 관건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생의 발견은 자신만이 지닌 개성이고 체험이기에 자신의 글을 읽는 누구에게도 글을 읽었다는 보람과 즐거움을 주기 위한 인생의 발견이 곧 인문학을 대하는 문학적인 태도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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