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4·3 첫 특별재심 개시…“미군정 판결도 재심 가능”
[종합] 4·3 첫 특별재심 개시…“미군정 판결도 재심 가능”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2.02.15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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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4·3 생존수형인·유족 등 33명 특별재심 개시
미군정청 관할권 이양·과도정부 법원 인수 근거로 판단

대한민국 법원이 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 후 첫 특별재심을 개시했다.

재판부는 쟁점이었던 ‘주권 면제’에 대해 우리나라 사법부가 4·3 당시 미군정의 판결에 대한 재심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4·3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은 고태명 할아버지(90) 등 4·3 생존수형인 및 유족 33명의 특별재심에 대한 개시를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전체 청구인 34명 중 1명은 다른 재심을 통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아 기각됐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총 세 차례에 걸친 심문 절차를 마무리한 후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심문 과정에서 주권 면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주권 면제는 모든 국가의 주권이 평등하다는 원칙 아래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재판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재심 청구인 중 1명의 경우 대한민국 법원 또는 군사법원이 심리해 선고한 재판이 아니라 태평양미국육군총사령부 아래 재판기관에서 군인이 미국 육군에게 적용되는 절차법에 따라 심리하고 선고한 재판에 따라 수감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미군정청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인 1948년 10월 5일 ‘군정재판에 의한 죄수에 대한 일체의 관할권’을 대한민국 사법당국으로 이양했고, 같은 해 9월 13일 제정된 대한민국 대통령령 제3호 ‘남조선과도정부기구인수에관한건’에 따르면 ‘대한민국 대법원은 과도정부 법원과 그 소속기관을 인수한다’라고 정해 과도정부 법원이 모두 대한민국 사법부로 인수됐음을 명확히 했다는 점을 들어 재심 대상 판결 또한 우리나라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으로 보아야 함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주요 쟁점 중 하나는 형사소송법에서 재심 청구권자로 정하지 않은 조카들이 4·3특별법상 재심청구권자에 포함되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모두 3촌 이내의 친족인 조카들로서 4·3특별법에서 정한 재심청구권자에 포함된다고 봄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4·3 당시 혼인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온 가족이 사망한 경우가 많고, 4·3이 있은 후 70년도 넘게 지나 특별재심절차가 마련된 점, 이로 인해 형사소송법에 따른 재심청구권자인 희생자 본인은 물론 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고, 특히 자녀 없이 사망한 희생자의 경우 재심청구권자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이번 특별재심 개시 결정은 향후 과거사 관련 재심 과정에서 선례로 작용하는 만큼 제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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