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주년을 맞이한 베네치아의 플로리안 카페
300주년을 맞이한 베네치아의 플로리안 카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2.14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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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대 월간커피 발행인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알려진 플로리안 카페(Caffè Florian)는 1720년 겨울에 베네치아 산마르코광장에서 플로리아노 프란세스코가 개장한 ‘승리의 베네치아’라는 뜻의 알라 베네치아 트리오판테 또는 트라이엄판트 베니스라는 이름의 호텔과 함께 문을 열었다. 

오랜 세기 동안 바이런, 괴테, 바그너 등 예술가, 정치인 등 당대의 저명인사들이 즐겨 찾았던 전통의 카페 플로리안은 고급스러운 서비스와 훌륭한 미식이란 평가를 받는 커피와 차, 그리고 음식으로 유명세를 이어왔다. 특히 그 시대 가장 최고의 디자인을 선보임으로써 플로리안 카페는 고객들에게 언제나 환대받는 느낌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가치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인 산마르코에서 역사적인 예술가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것이 그들의 주요 목표라는 플로리안 카페는 ‘사람들은 간단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여기에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호흡하고, 오케스트라의 좋은 음악을 듣고, 엄밀히 말하면 은색 쟁반에 담긴 훌륭한 서비스에 만족하고, 광장의 전망을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경험에 빠져들기 위해 카페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2년 전 300주년을 맞은 플로리안 카페는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계획을 접어야 했다. 다만 그들은 ‘이후에도 자신들의 예술적인 가치와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이탈리아 베네토주 베네치아의 산마르코광장은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면서 전 세계인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명소로 알려진다. 오래전 이곳을 찾은 나폴레옹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칭송을 보냈으며, 16세기경 정부청사였던 건물에는 플로리안 카페와 함께 오래된 박물관, 카페와 살롱 등이 자리 잡고 있어 광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전통적인 이탈리아의 감성을 잘 전달해준다. 

베네치아는 산마르코광장이 있어 빛이 나지만, 플로리안 카페로 인해 더욱 기품과 역사를 간직한 공간이 되는 것 같다. 날씨 좋은 날 광장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즐기며 플로리안의 커피를 음미하는 것도 좋고 카페 안에서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지는 화려한 장식과 그림을 배경으로 앉아 은색 쟁반에 나오는 맛난 과자와 함께 자기 잔에 담긴 얼그레이나 향이 좋은 다즐링을 즐기는 것 역시 우리의 미각과 시각을 깨워준다.

플로리안 카페를 처음 찾은 것은 2005년 밀라노에서 열리는 호스트쇼(Host Show)를 취재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였다. 거의 일이 끝나갈 때쯤 ‘베네치아를 가보지 않으면 이탈리아를 보지 않은 것과 똑같다’는 그럴듯한 말에 이끌려 베네치아로 향했다. 그때만 해도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관광객이 엄청나지 않아 그런대로 쾌적한 환경에서 여유롭게 산마르코광장의 이곳저곳을 돌아볼 수 있었다. 

베네치아를 가로지르는 대운하를 수상버스와 곤돌라가 그림처럼 오고 가고 광장으로는 수많은 비둘기 떼가 모이를 주는 사람들을 쫓아다닌다. 때마침 플로리안 카페 전속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이 광장에 흐르면 어느새 우리는 로맨틱한 분위기에 사로잡혔다.

베네치아를 방문한다면 그곳에 가기로 작정해서 더욱 그랬겠지만, 산마르코광장에서 처음부터 가장 눈길을 끈 건 플로리안 카페였다. 고색창연한 입구에서부터 카페 바깥으로는 오케스트라가 자리 한 작은 무대가 꾸며져 있었고, 광장에 자리 잡고 앉은 사람들은 연주음악을 들으며 흰 셔츠와 검은 바지, 그리고 ‘머리 숙여 인사하다’라는 뜻을 가진 보타이를 점잖게 맨 웨이터들의 정성이 가득한 환대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하기 전에는 베네치아를 몇 번이나 다시 찾아 플로리안 카페에서 변함없는 그곳의 서비스를 즐기곤 했다. 특히 저녁 무렵 해가 뉘엿뉘엿 기울 때쯤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음미하며 따뜻한 커피잔을 손으로 받쳐 들면 무엇도 부럽지 않은 호사가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는 예전처럼 그곳을 다시 가기가 쉽지는 않지만, 한때나마 그런 여유라도 즐겼으니 지금처럼 우울한 시대에 소환할 추억이라도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일까 싶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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