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설레게 하는 것
나를 설레게 하는 것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2.0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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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신 수필가

마음먹은 일을 꾸준히 실행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새해 벽두에 올해의 소망을 가슴에 품고 버킷리스트와 실천목록을 쓴지가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어떤 계기가 있으면 그게 동기유발이 되어 다시 분발하기도 한다. 그런 계기를 자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1월 1일의 다짐을 설 날에 다시 새겼다. 설 인사를 주고받으며 덕담이 오갈 때 올해의 소망을 가족들과 주고받았다. 실천을 뒷받침하는 힘을 얻으려면 지인들에게 선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올해 소망은 좋은 습관 더 만들기이다. 몇 년 전 ‘좋은 습관은 인생을 바꾼다.’라는 글귀를 현병찬 선생님께 받아서 잘 보이는 곳에 걸었다. 첫째는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를 잘 정리하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니 이 습관은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였다. 사소한 것이지만 하루의 시작이 중요하다는 뜻일 거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고 지금까지는 잘 실천되고 있으니 다행이다. 
  
두 번째는 운동습관 만들기이다. 해마다 체중감량을 목표로 했으나 결국 실패였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이나 건강한 몸을 만들어 보디 프로필을 찍는 사람들이 나에게는 존경의 대상이다. 올 한해 운동량과 식사량을 조절하여 꼭 체중감량에 성공하고 싶다.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공유하는 것도 실천의 끈을 더 단단히 하기 위함이다. 
  
한 해의 가장 먼저 온 절기, 입춘을 맞았다. “입춘대길 立春大吉 건양다경 建陽多慶” 글귀를  마음에 새겼다.
  
무엇보다도 가장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은 코로나가 물러가고 그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방역수칙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오미크론이라는 옷으로 갈아입고 유령처럼 활개를 치고 다니니 봄이 봄이 아니다. 코로나로 고생하는 의료 관계자, 환자, 자영업자의 아픔을 생각하면 속상하고, 코로나로 인한 국가의 경제적 지출을 떠올리면 나라의 미래가 걱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봄은 올 것이다. 나무들을 보라. 한겨울에도 봄을 꿈꾸며 설레는 채비를 한다. 우리 집 뒤뜰 매화나무는 몽올몽올 봉오리를 품었고, 앞뜰 목련도 보드라운 털 눈을 벗을 태세를 하고 있다. 천리향도 꽃봉오리를 수줍게 내밀고 있다. 마당엔 누런 잔디 사이로 초록이 뾰족뾰족 비집고 나왔다. 이들은 추운 겨울 한파에도 봄을 품고 있었던 게다.
  
이들에게서 희망과 설렘을 본다. 매화의 은은한 향기 날리는 그날을 상상하면 내 마음도 설렌다. 목련은 어떤가. 환하게 차려입은 백목련을 달빛 아래서 바라보는 것은 환희다. 
  
입춘을 맞아 새해 소망을 다시 소환하고 꼭 이루어지리라 기대하는 것도 봄을 품는 일이다. 기대 속에 버킷리스트 목록을 하나씩 지워가는 일이야말로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에게는 뱃살이 빠진 모습을 보며 ‘앗싸, 체중감량 성공!’이라고 외치는 그날을 상상하는 것도 설레는 일이다. 

오늘도 침대자리를 정리하며 기대와 설렘으로 하루를 시작해본다. 비록 그 설렘이 바람처럼 흩날려 사라져버릴지라도 설레는 순간만큼은 봄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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