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 시대 자치경찰위원회의 위상에 대한 합리적 이해
자치경찰 시대 자치경찰위원회의 위상에 대한 합리적 이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2.0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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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욱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통합경찰법에는 경찰력 집행의 정치적 중립을 담보하기 위한 용어가 4번이나 등장한다.

먼저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의 정치적 중립은 제2공화국 제4대 국회의 ‘경찰중립화법안 기초특별위원회’의 ‘경찰법안’에서부터 강조되어 왔다. 이 내용은 1991년 경찰법 제정 시에도 그대로 반영되었으며(제정 경찰법 제6조 제②항 내무부장관은 위원을 제청함에 있어서 경찰의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도록 하여야 한다), 통합경찰법에도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통합경찰법 제8조 제②항).

시도자치경찰위원회와 관련하여서도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 권한남용금지(통합경찰법 제20조 제④항), 시도자치경찰위원회에 시도지사의 정치적 목적이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관여금지(제24조 제②항),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의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권한에 속하는 업무의 독립적 수행(제18조 제②항)이 규정되어 있다.

마지막의 내용도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업무 및 권한행사에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관의 수장이자 지역 정치인인 시도지사가 업무의 공정성·객관성을 생명으로 하는 경찰업무에 함부로 개입하지 못하도록 만든 장치이다(이런 점에서 볼 때 시도자치경찰위원장을 위원 상호 간 호선이 아니라 시도지사가 지명한 위원을 임명하도록 설계한 현행 법제는 이런 취지와 모순되는 문제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자치경찰사무에 있어서의 지휘·감독(통합경찰법 제28조 제③항)은 내용적으로 어떻게 해석되고 방법적으로 어떻게 관철되는 것이 타당할까?

먼저 방법과 관련해서는 통합경찰법은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심의·의결을 통해 시도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정하고 있다(통합경찰법 제28조 제④항). 이는 시도경찰청장이나 경찰서장이 일선 경찰관을 상대로 계선적 명령체계를 근거로 지휘하거나 군대식으로 상하위계적으로 지휘하는 것과는 명백히 다른 방식이다.

내용적으로도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사무가 통합경찰법에 나열되어 있지만 핵심적인 것은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민주성을 제고하는 가운데 지역주민의 치안수요를 반영하여 자치경찰사무의 목표를 수립하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시도자치경찰을 관리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역주민의 치안수요를 민주적으로 수렴하여 이를 계절별, 반기별, 연도별 또는 지역별, 대상별로 지역치안계획 수립 및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가능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경찰집행력 행사와 관련된 세부적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지휘한다는 것은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고 허용되지도 않는다. 그 이유는 경찰집행력 행사의 독립성(Operational Independence of Polic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는데, 이는 경찰관직무집행법, 형사법, 경찰공무원법 등 법률의 강력한 통제 아래에 있는 시도경찰청장, 경찰서장이 구체적인 경찰현장 집행력 행사의 세부적 내용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다는 것을 전제한다.

물론 시도경찰청장이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수립한 지역 치안계획에 부응하는 치안활동을 수행하지 않거나 권한을 오남용하는 경우 주민 대표성을 가진 위원회에서 ‘합의제 심의·의결’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이를 견제하는 것은 법상의 ‘지휘·감독’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와 시도경찰청장의 이와 같은 관할권 구분은 권한과 책임의 일치라는 관점에서도 합리성을 가지게 된다.    

요컨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의 자치경찰위원회의 법상 ‘지휘·감독’은 지원과 협력에 바탕한 자치경찰사무에 대한 민주적 관리로 선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아무쪼록 정부 수립 이후 70여 년 이상의 오랜 논의 과정을 거쳐 전국 단위에 최초로 도입된 자치경찰제도가 지역주민의 치안수요를 민주적으로 담아내면서도 동시에 법치성, 경찰업무의 전문성, 공정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를 기대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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