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정치 - 다산(茶山)의 교훈
선거와 정치 - 다산(茶山)의 교훈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2.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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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섭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 대표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앞으로 한 달 남짓 후면 국정을 책임질 대통령선거가, 그리고 다음에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선거(選擧)는 조직 또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대표자를 투표 등의 방법으로 뽑는 행위이다. 선거에 의해 당선된 대표자는 그들로부터 일정한 권한, 즉 권력을 위임받게 된다. 말하자면 선거는 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합법적인 정치행위인 셈이다.

하지만 그 권력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기 위한 것이지 군림하는 권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국의 ‘예기(禮記)’편에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에게 잡혀먹히는 것보다 더 무섭다’는 뜻으로 잘못된 정치가 얼마나 많은 국민들을 고통에 빠지게 하는가를 보여주는 말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은 당시 사회의 참혹한 실상을 목도하며 그것이 부패한 관료들의 잘못된 정치행위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유당전서에서 정치의 본질과 위정자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먼저, 그는 정치를 어지러움과 혼란을 바로잡는 것(政也者, 正也)이라고 했다. 즉 혹독한 세금으로 흩어진 민심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평하고 균등한 경제질서를 통해 백성들이 부당하고 억울한 대우를 받지 않게 하는 것을 정치의 우선 과제로 여겼다.

하지만 당시 관료들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백성이 세금을 제대로 바치지 않으면 혹독한 형벌을 내리고 자기보다 높은 권세가에게는 아첨과 뇌물로 후일을 도모하기 일쑤였다. 백성이 굶어 죽어도 스스로의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 하며 오로지 사욕에만 눈이 어두웠다.

한 사내가 자신이 낳은 아이가 사흘 만에 군적(軍籍)에 편입되고 里正(말단 행정관리)이 소를 토색질하는 것을 보고 자기 생식기를 잘라 “내가 이것 때문에 곤욕을 당한다”며 울부짖는 광경을 기록한 그의 시 ‘애절량(哀絶陽)’을 보면 관료들의 부패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고 남는다.

다산은 말했다. “백성이 목민관(정치가)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렇지 않다. 목민관이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民爲牧生乎? 曰否否, 牧爲民有也).” 2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당시 다산이 백성을 대했던 태도는 여전히 우리의 가슴에 와 닿는다.

1948년 5·10 총선거 이후 지금까지 한국은 많은 선거를 치렀다.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들이 선거에 의해 선출되었다.

사실, 현대 한국정치는 선거와 함께 진행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로 독재정권의 관권, 불법선거로, 또 때로는 선거 과정의 공정성 시비 등으로 선거문화가 얼룩지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를 대체할 만한 정치제도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제도 못지않게 제도의 운용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타깝게 이번에 치러질 선거 역시 막바지로 갈수록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치닫는 듯하여 우려된다. 상대방에 대한 흠집 내기는 기본이고 건전한 정책토론은 보이질 않는다. 대신, 지키지도 못할 선심성 공약만 쏟아지고 있다. 공정 보도가 사명인 언론사들 역시 제구실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한마디로 겉으로는 공적 의로움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사적 이로움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형국인 것 같다.

중국의 양혜왕이 맹자에게 자기 나라를 어떻게 하면 이롭게 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맹자는 인의(仁義)가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利를 보고 義를 생각하는 정치인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선거 당일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국민을 편안하게 해 줄 정치인을 우리는 바라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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