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아이를 데려갈 만한 공간이 없어요. 키즈 카페에 아이 셋 데려가 입장료에 밥까지 먹으면 10만원 깨지는 건 순식간이죠.”
제주지역 어머니들이 운영하는 공동 육아공간에서 만난 한 다둥이 엄마의 고민이다.
이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공연장 등 문화공간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핵심적인 이유기도하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공연이나 전시를 누릴 수 없다는 고민이 아닌 아이와 부모가 같이 스스럼없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도서, 전시 분야를 중심으로 어린이 문화 인프라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실제 제주도서관이 지난해 말 개관한 어린이 전용도서관 ‘별이내리는 숲’은 한 달 만에 1명이 넘는 관람객을 기록하면서 인기를 입증했다.
또 같은 해 국립제주박물관은 도내 최초로 어린이박물관을, 제주도립미술관은 유휴공간 활용한 어린이 그림책 도서관을 오픈했다.
그러나 여전히 제주는 어린이 문화 인프라의 불모지에 가깝다.
도내 문예회관 3곳의 유아실(어린이 놀이방)은 텅 비어 있고, 8세 미만 어린이가 볼 수 있는 공연 자체가 드문데다 있어도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
공립 소년소녀어린이합창단을 운영하지 않는 지역은 제주와 세종시뿐이다. 제주도의 ‘제주문화예술의 섬’ 활성화 전략에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창작인력 양성이 과제로 꼽혔지만 수년 째 제자리걸음이다.
제주지역 어린이가 휴대폰 대신 어려서부터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공연장, 전시장, 도서관 등 문화공간을 만끽하고, 성인이 돼서는 관객이자 문화시민으로 성장하려면 어린이 문화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