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최고의 역사서 ‘삼국사기’ 판본을 만나다
현존 최고의 역사서 ‘삼국사기’ 판본을 만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1.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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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三國史記 1760)
삼국사기(三國史記 1760) 전체 모습
삼국사기(三國史記 1760) 전체 모습

우리 역사를 공부하겠다고 사학과에 입학했던 게 벌써 근 40년 전의 일이다. 그저 역사라는 학문이 좋아서 조금은 막연하게 택했던 학과였지만, 모든 학문의 길이 그러하듯이 막상 입학하고 보니 배우고 익혀야 할 게 태산이요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었다.

그 중에서도 우리 조상님들이 대대로 남겨 놓은 기록을 볼 줄 알아야 해서 한문은 기본적으로 배워야 하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닌 것은 자명한 일이니 어느 정도 볼 수 있을 때까지 수많은 인고의 세월이 필요했다. 또 그렇게 남겨진 우리 사서(史書)를 이해하기 위해 사적해제(史籍解題)라는 과목을 배우는데 이 해제라는 게 그 사서의 저자가 누구고 내용은 무엇이며, 체재는 어떻고 언제 출판된 것인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라 기본적이면서도 아주 중요한 과목이었지만, 막상 배울 때는 조금 따분하고 시험이라도 볼라치면 아주 골치 아프기 그지없는 난해한 과목이었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제1책 표지 및 전체 모습.
삼국사기(三國史記) 제1책 표지 및 전체 모습.

그렇게 한문강독을 시작하고 사적해제를 배우면서 제일 먼저 접하는 우리 역사서가 하나 있으니, 바로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관찬사서인 ‘삼국사기(三國史記)’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와 더불어 우리나라 고대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역사서로, 삼국과 통일신라시대 연구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사료인 이 책을 모르는 분은 아마 없으시리라.

당시 이 책의 원본을 보는 것은 언감생심이요, 대부분은 일부를 복사한 복사본을 가지고 읽었고, 어쩌다 운이 좋아서 원본을 축소 영인해서 출판한 영인본이라도 갖게 되면 그저 감지덕지할 따름이었다. 원본을 직접 보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힘든 일이지만, 지금은 번역문이나 원문 텍스트는 물론 원문 이미지까지도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이라 그 시절을 생각하면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다.

삼국사기(三國史記) 권제1 첫 부분
삼국사기(三國史記) 권제1 첫 부분

아마도 그 때 그 시절부터였을 것이다. ‘언젠가는 꼭 볼 수 있는 날이 오겠지’하는 희망사항이 생겼었다. 그 소망이 드디어 대학시절 은사님의 전언을 받고 연락을 드렸다가 지난주에 이루어졌다. 자별하게 지내시는 지인분이 바로 그 책을 소장하고 계시니 그 책의 가치를 판단해서 적절한 처리 방안을 상담해 드리라는 은사님의 말씀에 버선발로 한 걸음에 충청도까지 달려갔다.

친구의 차를 얻어 타고 가는 내내 ‘드디어 보는구나’하는 마음에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마주한 그 책은 사전에 보내주신 사진과 말씀을 통해 예상했던 바와 같이 262년 전인 1760년(영조 36)에 간행된 판본(板本)이었다. 현재 국보(國寶)로 지정된 소위 정덕본(正德本)이 모두 1500년대에 간행한 목판본이고 한 면이 9행(行)인 것과는 달리, 이 삼국사기는 한 면이 10행인 활자본으로 현존 최고(最古)의 판본은 아니지만 여전히 귀중한 책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이 활자본은 모두 전 50권 10책이 완질이지만 무척 아쉽게도 고구려본기 2책이 빠진 낙질(落帙)이라는 게 유일한 흠이었다.

삼국사기(三國史記) 맨 마지막 장, 맨 끝 간행자인 부사(府使) 김거두(金居斗) 부분,
삼국사기(三國史記) 맨 마지막 장, 맨 끝 간행자인 부사(府使) 김거두(金居斗) 부분,

지금까지 이 책을 소중하게 간직해 오신 소장자분과 부족한 제자를 기억해 주신 은사님, 그리고 그 먼 곳까지 수고로움을 자처해 준 친구 등 여러분들의 호의 덕분에 만날 수 있었던 이 소중한 책이 곧 편안히 쉴 수 있는 적당한 안식처를 찾기를 바란다. 한편으론 그 안식처가 우리 제주였으면 어떨까 싶은 마음에 아쉬움이 남는다.

삼국사기(三國史記 1760) 전체 모습
삼국사기(三國史記 1760) 전체 모습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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