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새로운 시대를 위한 준비
사진, 새로운 시대를 위한 준비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1.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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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훈 ㈔한국사진작가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장

사진은 다른 예술 장르들과 비교하여 그 역사가 길지 않다. 19세기에 들어 사진술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사진이 이 갖는 사실성과 기록성이라는 특징 때문에 언론이나 건축, 풍경사진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가졌다.

1·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종군기자들의 활동에 힘입어 전쟁을 기록하고, 널리 알리는데도 많은 공헌을 했다. 특히 1900년대 초에 발명된 플라스틱 필름은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곧 컬러 필름의 시대가 열렸고 생생한 삶의 모습들과 자연경관 등이 그대로 필름 속에 담기면서 사진이 새로운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또한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사진은 디지털카메라 시대를 맞아 누구나 쉽고 빠르게 촬영하고 감상하는 등 사진을 적극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사진 예술이 제주에서도 다양한 분야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2011년 제주가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지정될 당시나 유네스코 3관왕인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생태보전습지 지정 등이 이루어질 때도 가장 지대한 공헌을 한 분야가 바로 사진이라 할 수 있다.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과 비경들을 촬영한 사진들이 일반인들과 심사위원들에게도 큰 감흥을 불러일으켰고 전 세계가 제주에 매료되는 결실을 보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은 이처럼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한 시대를 기록하고 역사를 영원히 저장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근래에 제주의 옛 모습들을 담은 사진집들이 몇 권 제작이 되었다. 그 사진집에서 우리는 지금은 사라져버린 제주의 근대사를 들여다보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을 동경하며 추억해 본다. 비록 가난과 굶주림이 팽배했던 시절이지만 우리는 지내온 삶을 사진을 통해 반추하며 오늘날의 풍요와 발전에 감사하곤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화·AI 시대에는 사진은 어떤 역할을 할까?

2016년 알파고가 등장하면서 직업계에는 향후 미래사회에서 사라질 직업군과 촉망받는 직업군을 구분한 적이 있다. 법률, 의료, 건축 등 요즘 고소득의 직업군은 점차 사라지는 반면 문학이나 사진 예술 등은 AI가 따라올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계속적인 발전을 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를 증명이나 하듯 최근 메타버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사진은 필수적인 기반 요건이 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상황이 확산되어 가는 요즘 관광이나 여행, 문화재 소개, 가상체험관을 구성하는데 사진이 필수적인 요소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촬영할 수도 있지만 본인들의 콘텐츠에 맞는 사진을 구매하거나 온라인상에서 사진 자료를 검색하여 창작의 소재로 사용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시대가 변화하고 발전할수록 사진 예술은 더욱 그 빛을 발하고 중요한 예술 분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가 원도심은 물론 중산간지역이나 시골마을 할 것 없이 너무도 급속한 개발의 열풍으로 그 원형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한적한 산길을 가다가도 건물이 들어서지 않은 곳이 없고 옛집들과 낡은 창고들도 카페로 탈바꿈하여 속속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사진은 역사성과 기록성이라는 차원에서는 또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제주를 기록하고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도 그래서 중요하다 할 것이다. 

아울러 이런 제주의 사진들을 관리하고 아카이빙 하는 시설도 필요하다. 제주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부터 현재 모습을 담은 사진까지 전 시대에 걸친 사진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전시와 임대, 판매까지도 연결할 수 있는 복합적 기능의 공간이 필요하다 하겠다. ‘제주사진역사박물관’ 같은 시설이 들어선다면 제주의 사진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함께 사진자료 또한 고유의 제주 자산으로써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우리가 선행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대비적인 행동이 메타버스의 시대와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를 준비하는 사진 예술의 새로운 분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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