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절단 책임 회피 교육당국, 대책 수립도 뒷짐
손가락 절단 책임 회피 교육당국, 대책 수립도 뒷짐
  • 고경호·김동건 기자
  • 승인 2022.01.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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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손배 소송…교육감 측, ‘사고 원인분석 자료’ 미제출
재발 방지 감량기 운영방안은 조례 심사 보류 이유 손 놔

학교 현장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손가락 절단 사고’에 대해 교육당국이 책임을 회피하면서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더욱이 재발 방지를 위해 수립하겠다던 대책은 관련 조례 개정이 미뤄지고 있다는 이유로 마련하지도 않는 등 사실상 음식물 감량기 사태에 대해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민사3단독 조병대 부장판사는 A씨가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두 번째 변론기일을 20일 진행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2일 제주시내 한 학교 급식소에서 음식물 감량기의 배출구에 낀 찌꺼기를 제거하다 손가락 4개를 잃는 사고를 당했다.

정지 버튼을 눌러놓고 작업하던 중 갑자기 음식물 감량기가 작동하면서 사고를 당한 A씨는 오작동과 이 교육감의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채무 불이행 책임을 들어 1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28일 첫 변론기일 당시 이 교육감 측 변호인은 “음식물 감량기에 하자가 없다”며 A씨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인했다.

지난해 7월 기자회견 당시 “동일한 음식물 감량기에서 사고가 반복됐기 때문에 노동자의 부주의가 아닌 기계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던 이 교육감의 입장과 정반대의 주장을 내세운 것이다.

이어진 두 번째 변론기일에서도 이 교육감 측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이날 이 교육감 측 변호인은 “감량기를 청소할 때 손을 집어넣으면 안 되고 청소도구를 이용해야 한다”며 사고의 원인을 A씨의 탓으로 돌렸다.

이 교육감은 A씨 측 변호인이 재판 과정에서 두 차례나 요구한 손가락 절단 사고 원인분석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A씨 측 변호인은 “음식물 감량기에 하자다 없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원인분석 자료는 제출하지도 않고 있다”고 피력했다.

음식물 감량기 손가락 절단 사고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도교육청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약속했던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도 손을 놓고 있다.

도교육청은 당초 이달 중 재발 방지를 위한 음식물 감량기 운영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음식물류폐기물의 발생 억제, 수집·운반 및 재활용에 관한 조례’(이하 음식물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심사를 보류했다는 이유로 아직까지도 운영방안을 수립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현장에서 손가락 절단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법정에서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데다 재발 방지를 위한 운영방안은 제주도의회와 제주도청만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 수립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다음달 8일 도의회 임시회가 열리면 관련 조례 개정안이 심사될 수 있도록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며 “이후 제주도청과 협의를 거쳐 음식물 감량기를 학교에서 철거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경호·김동건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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