凡事不當頭(범사부당두)의 삶이란?
凡事不當頭(범사부당두)의 삶이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1.1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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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수필가·시인(편집장)·논설위원

편집실 책상 위에 凡事不當頭(범사부당두)를 붓펜으로 써 놓았다.

오래 전 어느 지인으로부터 받은 글인데, 그 뜻은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 모르는 척 어수룩하라’다.

좌우명으로 삼고자 노력한다. 이 다섯 글자는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것 같다. 설치지 말고 헐뜯는 소리, 잔소리 말라. 젊은이들에게 이기려 하지 말고 칭찬하라. 그저 양보가 편하다. 곧 범사부당두다. 

원로 조신권 시인(종교인)은  인생 경험에서 얻은 글과 창작시를 자주 문자로 보내주신다.

‘울면서 왔어도 웃으면서 감이 어떠랴/ 좀 마땅치 않아도/ 기본만 잃지말고/ 다 그러려니 하고 삶이 어떠랴.’

‘그러려니 하고’ 시에서….

조신권 시인은, 후배 시인을 만나면  “우리 작가님” 하면서 인사하는 그의 웃는 모습에서 시어의 참뜻을 알 수 있다. 

또 한 편의 시를 음미하자.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되니 미움이 없어졌습니다/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되니 욕심도 없어졌습니다./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되니 고마운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제주 출신 김요한(세례명) 시인의 시 ‘인생이야기’에서다. 김요한 시인은 말한다. “서로 사랑을 나누면서 살라, 그러면 인생이 기쁘고 평안하리라”고…. 

고령화시대다. 80세 이상 노인이 146만 명에 이르렀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보면 장수 관련 책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람직한 노후 생활, 젊게 사는 노인들의 공통점’을 살펴봤다. 모두 상식적인 내용들이다. 노인들이 젊게 살아가는 데 무슨 비법이 존재할까? 노인은 그 성격적 바탕이 긍정적이다. 생각은 길게 마음은 편안하게, 화를 내지 말 것이며 말을 조심하면 오래 살 수 있다는 지론이다. 거기엔 노욕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들 인생 노년기에는 겸손, 자중자애, 더 이상 욕심내지 말고 가벼운 몸 차림으로 발걸음 씩씩하게 허허 웃으며 즐겁게 살면 고만이다. 기본적으로 경제에서 독립적이다. 어려운 일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

노후 준비가 잘 된 노인은 8.8%에 불과하다니 장수시대에 걱정 제1순위다. 그래도 너그럽게 베풀려면 가진 것이 있어야 하는데 고민이다. 젊게 사는 노인들은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종교와 종파를 떠나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돕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당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입니다.” 감동을 전파했다.

100세를 넘기신 김형석 박사는 강연에서 “사회를 위한 것이 결국 나에게 남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박완서 작가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인생을 얘기하자”고 남겼다.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이런 글을 보내왔다. “좋은 사람이란 언제나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 교류하며 사는 것도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노인은 시간이 많은 편이니 읽는 일(독서)에도 치중하라고 권장한다. 책은 두뇌 세척에 꼭 필요하며 개인의 특성에 따라 취미도 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무래도 젊게 사는 비결은 운동(예: 걷기)이다. 들깻잎 많이 먹고, 발효식품도 많이 먹자. 특기를 살려 일하자.

건강은 부부해로의 기본임을 누가 부인하랴? 이창복 교수는 ‘매일이 새 날이다’에서 “최소한 노인의 존대가 쓸모없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름대로의 노년에 대한 성찰 덕분이다. 매일이 작은 인생, 매일이 새 날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지금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잘 살아야 잘 떠날 수 있어요. 두려움 없이 떠나려면 미련이 남지 않게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야 한다.” 좋은 말만 나열한 것 같다. 한 살 한 살 먹어 갈수록 긍정적인 사고( 思考 )와 베푸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만이 멋지고 아름답게 늙어가는 모습이다.

과거 공직시절 동료로부터 받은 안부를 소개한다.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새 날이 밝아/ 여든 고개에 오른/ 하얀 늙은이가 되었구려/ 내가 도망쳐 온 것도 아닌데/ 그저 하루 하루/ 즐겁고 당당하게 걸으면 되지 않겠나/ 고운 마음으로 열심히 살면/ 이것도 축복과 은혜가 아닌가/ 친구여! 산다는 것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 노인의 고백입니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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