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태와 제주 음악
안익태와 제주 음악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1.1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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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 작곡가·음악평론가·논설위원

애국가의 작곡자인 안익태(安益泰, 1906~1965)는 생전에 제주를 두 차례 방문하여 공연을 한다. 김국배 선생이 지도하는 ‘탐라 합창단’ 지휘를 하게 되는데, 안익태가 제주를 방문하여 지휘를 한 것은 현 제주은행 설립자이신 김봉학(金鳳鶴, 재일교포)님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김봉학은 당시에 일본에서 기업인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퇴근을 하여 집에서 TV를 켰는데 브라운관에서는 일본의 교향악단 연주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지휘자가 한국 출신인 안익태였다. 감동을 받고 당장 연주회장으로 차를 몰았다. 안익태가 지휘를 마치고 무대에서 나오자 김봉학은 인사를 하고, 자신의 소개를 한다. 식사 자리까지 동행을 하고 김봉학은 안익태에게 말을 한다.

“앞으로는 일본에 오실 때는 일정이 끝날 때까지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 후로 계속적으로 만남이 지속이 되었고, 안익태가 해외의 연주회가 열리는 외국에까지 초청을 받는다. 김봉학은 여러 국가를 방문하여 안익태의 지휘를 여러 차례 감상을 할 기회를 갖는다. 그러면서 자신의 고향인 제주의 음악계를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하고 그래서 제주에서의 연주회가 이뤄진 것이다. 안익태의 제주 방문 지휘는 절대적으로 김봉학씨의 도움이라고 하겠다(이상은 ‘한국 환상곡’ 저서를 참조했음).

1963년 1월 26일 저녁 7시, 제주시 칠성로 제일극장에서는 제주의 최초 성인 합창단인 ‘탐라합창단’의 공연이 있었다. 당시 합창단 지휘자는 김국배 선생이었는데, 안익태와는 평양숭실대학 음악과 동문이었다. 단원들은 주로 영락교회와 동부교회(동문시장 인근에 있었음) 신자들인 청년(대학생과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들로 구성이 된 합창단이다(당시의 단원들은 지금은 80세의 노인이 되어 있다). 단원들과 인터뷰를 통해서 그 때의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다.    

연주회 프로그램으로는 제주민요인 ‘오돌또기’ 등 오늘의 프로그램으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이 높은 곡들로 연주가 되었다. 그리고 극장 안을 꽉 메운 관객들과 함께하는 합창단 공연은 이전에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대성황을 이루었다. 애국가를 첫 곡으로 힘차게 부르던 합창단을 잠시 멈추게 하고 객석에 앉아서 감상을 하고 있었던 제주도 부지사인 하형모님을 무대로 모시고 관객과 같이 애국가를 30여 분 동안 지도를 하시는 것이었다. 잃어버린 조국을 되찾겠다는 독립투사들의 심정으로, 장엄한 마음으로 힘차게 불러야 한다고 하신다. 애국가의 구절구절 마다 꼼꼼히 해석을 하고 주석을 붙이면서 지도를 열심히 하시는 안익태 선생을 보면서, 객석의 많은 분들이 눈물을 훔치는 장면들이 곳곳에 비추었다. 작곡가로부터 직접 애국가를 지도 받은 도민은

제주도민들 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전에 불렀던 애국가는 올드랜사인의 노래에 가사만 바꾼 채로 부르고 있었다.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그렇게 불렀던 기억이 있다. 

다음 해인 1964년 7월 3일, 제주시민회관이 개관이 되고 그 기념으로 안익태 선생의 지휘로 탐라합창단 정기 공연을 마친다. 연주회 다음 날은 서귀포에서의 공연이었다. 마이크로 버스를 타고 서회선으로 무려 5시간이 걸려서 서귀포에 도착한다. 피아노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안익태 선생이 직접 서귀포초등학교에 가서 풍금(오르간, 피아노가 없었음)을 손수 밀고 온다. 서귀포 관광극장은 진입로가 도로 포장이 안 되어 있고 비탈길인데 그곳을 단원들과 함께 밀고 당기면서 극장으로 오르간을 옮겨서 리허설을 마친다. 서귀포에서도 시민들에게 애국가를 지도를 한다.  
제주시와 서귀포에서 안익태 선생의 방문과 지휘를 통해서 제주도민들은 애국가를 작곡가로부터 직접 지도를 받은 도민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그리고 당시 안익태 선생을 제주로 연결하신 고 김봉학님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간직해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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