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전하는 신호
몸이 전하는 신호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1.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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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건강검진을 받았다. 감기 기운이 겹쳐 시일을 미룰까 하다가 몇 달 전, 예약한 상태라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병원에서 내주는 가운을 입으니 감기 증상으로 목이 잠긴 상태여서 영락없이 환자가 된 심정이다. 담당 간호사 안내로 검사가 진행됐다. 갱년기에 접어들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고 부실한 상태라 혹시 생각지도 못한 병이 생길까 노심초사 걱정이 됐다.

문진을 받은 후에 혈압을 측정하였다. 간호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다시 시도한다. 너무 긴장한 탓일까, 혈압이 급상승했다. 잠시 쉬었다 다시 시도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했다. 종합진단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온다면서 검진을 마쳤다. 하지만 고혈압은 만병의 근원인지라 약을 복용할 것을 권했다. 동행한 남편은 걱정이 되는지 사회활동으로 부딪히는 많은 일들은 스트레스의 원인이라며 적당히 쉬면서 하라고 한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조언에 갑자기 환자가 된 듯 온몸에 기운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사실 건강을 잃으면 부귀영화가 무슨 소용일까, 스트레스로 몸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많은 일들을 참아내느라 속앓이 후의 후유증이랄까, 돌이켜보면 내 몸을 너무도 혹사시켰다는 자책이 밀려온다. 건강을 위한 보약 한 첩 챙겨 주지 못하고 온갖 노동만 시켰을 뿐 육체를 너무도 가혹하게 다루었다는 생각이다. 

기회에 혈액순환을 위해 수영장을 찾았다. 해수탕에 앉아 반신욕을 하던 중 우연히 나이에 따라 변해가는 여인들의 몸에 눈이 갔다. 나잇살이라는 복부비만부터 휘어진 하체, 저들도 젊었을 땐 비너스 같은 곡선미를 자랑했을 거라는 상상과 함께 무너진 몸을 보며 세월이 야속하기만 했다.

나도 예전에는 한 몸매 했었다. 바람이 불면 날아갈까, 걱정이 들 만큼 가녀려서 사람들은 나를 빼빼로라고 부르던 때도 있었다. 여자는 중년이 넘으면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말을 실감하며 의지와는 상관없이 예전의 몸을 유지하려 해도 욕심일 뿐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상체의 비만에 비례하여 운동량이 줄어 다리 근육이 약하다 보니 조금만 무리해도 관절이 아파온다. 청춘을 돌려달라고 소리치고 싶다. 

한창일 때 가슴 뛰는 열정이 있었다. 에너지가 넘쳐 적극적으로 인생을 설계하고 능동적으로 실천하면서 살았으니 세상이 모두 내 것으로 보일 때가 있었다. 그러한 젊음도 잠시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흐르는 세월은 기억의 저장고일 뿐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오랜 스트레스로 인하여 공연한 불안감으로 몸은 불길한 증세로 반항을 한다. 검진받기 전, 멀쩡하던 몸이 두려움을 견디느라 어지럼증까지 동반돼서 증세가 심상치 않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지만 여전히 심란하다. 공연한 걱정이라고 다독일수록 진짜 환자가 된 느낌이다. 내 몸에 대한 보상으로 이번 기회를 터닝 포인트로 삼아야겠다. 나이가 더할수록 인생의 의미는 깊어 가는데 연약한 몸은 세상에 힘이 되지 못하고 짐이 되는가? 올해는 더러 마음을 내려놓고 숲길을 거닐면서 건강의 의미를 되찾아야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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