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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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2.01.0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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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출근길에 현수막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제주시 광양사거리에 걸린 현수막에는 ‘깊이 반성합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이라고 적혀 있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뭘 반성하는지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어떠한 설명도 없이 단 일곱 글자의 메시지만 적힌 현수막은 아침 바람에 유난히도 흔들거렸다.

매번 새해가 되면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환기’가 느껴진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인 만큼 신선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새해에는 달라지겠지’라는 막연한 희망도 품게 되는 탓이다.

그런데 임인년 새해는 팬데믹에다 양대 선거까지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환기보다는 혼란이,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우세한 듯하다.

새해를 맞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할 시기에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제1야당 제주도당이 다짜고짜 “반성하겠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팬데믹으로 인한 극심한 경제난에 “뽑을 사람이 없다”는 대선, 그리고 이어지는 지방선거까지 도민들의 머릿속을 괴롭히다보니 이 시기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이번 겨울이 유난히 춥고 더욱 외롭다.

이미 100도를 달성한 광주 등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치한 ‘사랑의 온도탑’은 여전히 90도를 넘지 못했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도 전국 최초로 제주에 ‘모금탑’을 세웠지만 집중 모금 캠페인 목표액은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도내 사회복지기관과 시설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의 손길과 후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매해 ‘수눌음 온정’이 가장 뜨거워지는 새해 연초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달 설 명절을 앞두고 있지만 그만큼 선거일도 가까워지면서 어려운 이웃을 향한 관심이 더욱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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