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랑마랑(공정은커녕) 완전 공쟁이네~”

요즘 돌아가는 대선 흐름에 대한 한 지인의 촌평이자 넋두리다.

제주방언인 ‘공쟁이’는 ‘걸다’란 동사와 어울려 ‘생트집을 잡다’ 정도의 뜻(제주어사전)이다.

그만큼 대선판이 정책 경쟁은 없이 만날 치고받느라 네거티브로 얼룩졌다는 의미다. 시대정신으로 부상한 공정이 대선에서 빛을 발할 것이란 희망이 사라졌다는 함의도 내포하고 있다.

언필칭 비호감 선거, 그것도 역대급이란 표현은 이제 식상할 지경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일 리스크가 터지면서 사과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미상불 국민들로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선거임이 분명하다.

여야 유력 후보들의 사과 릴레이가 펼쳐지니 대선은 그야말로 ‘사과밭’이란 말까지 회자된다.

이 후보는 당내 경선 때부터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관련 발언,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먹방’ 등 논란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고, 전두환 공과 발언을 두고도 유감을 표명했다.

윤 후보는 ‘도리도리’‧‘쩍벌’ 태도를 비롯해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관련 발언 또는 실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 과정에서는 ‘개사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과의 방법이나 진정성 여부가 대선 승패를 가를 것이란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 와중에 후보에게 연기(演技)까지 주문했던 윤 후보의 선대위는 해산되는 등 극심한 분란을 겪고 있다.

두 후보의 가족도 리스크의 중대 요인이다.

이 후보는 아들 도박‧성매매 의혹, 윤 후보는 배우자 허위경력 및 장모의 부정수급‧땅 투기 등 의혹으로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대선판을 뒤흔들 수 있는 핵심 의혹도 똬리를 틀고 있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 윤 후보는 고발사주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최대 리스크는 두 후보 본인인 셈이다.

다만 진실이 밝혀질 것이란 대중의 기대는 크지 않아 보인다.

특검 도입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

선거가 끝나면 “두 후보 중 한 명은 교도소에 갈 것”이라던 홍준표 의원의 예측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내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국민들은 꽤나 수긍하는 분위기다.

최근 이 후보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고 윤 후보는 하강했다.

골든크로스와 데드크로스란 명암이 엇갈렸지만 앞으로 지지율 추이는 오리무중이다.

지지율 역전도 사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오른 게 아니라 윤 후보보다 덜 떨어졌을 뿐이다.

민주당 정권을 연장해야 하는 이 후보의 지지율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여당 후보의 지지율이 현직 대통령보다 낮은 경우는 처음이다.

마찬가지로 정권교체 여론은 시종일관 50%를 넘고 있지만 윤 후보의 지지율은 크게 뒤처지고 있다.

정권 연장보다 교체 지지율이 높은데도 야당 후보는 상대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득점 전략이 아니라 실점 최소화 작전이 먹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두 후보의 입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둘이 입을 열 때마다 말 폭탄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대선 자체에 대한 민심 이반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투표를 포기해선 안 된다. 더욱 치밀해져야 한다.

이이제이(以夷制夷)가 제격이다.

유권자들로선 선택을 위한 점잖은 정책 검증은 이미 물 건너갔으니, 후보들에게 신나게 공쟁이를 걸어야 한다. 후보들의 능력과 자질을 최대한 까발려 봐야 한다.

그래야 차악, 차차악이라도 골라낼 수 있지 않겠나.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