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법정문화도시, 희비(喜悲)를 넘어서자
제주도 법정문화도시, 희비(喜悲)를 넘어서자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1.04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진섭,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 대표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여기저기에서 ‘문화’를 내세운 단어가 눈에 띈다. 문화시민, 문화생활, 문화센터, 다문화, 문화카드, 문화상품권 등 공공기관에서부터 개인의 일상에 이르기까지 이 단어는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하지만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는 이 단어를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가령, 한자표기로 보면 文化에서 文은 ‘채색’ 또는 ‘얼룩’이라는 뜻도 있으므로 인간의 다양한 삶의 양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 경작하다’는 뜻의 라틴어 cultura에서 파생된 영어의 culture는 19세기경에 와서야 교양이나 문화의 뜻으로 쓰였다고 한다. 백과사전에는 ‘각 사회의 구성원에 의해 공유되는 생활양식의 총체’ 또는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체계’ 등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이처럼 문화는 정의내리는 자의 의도나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곤 한다. 그런 면에서 문화는 정치적인 성격을 다분히 지닌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문화가 국가의 중요한 정책 과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시기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부터였다. 민주화에 따른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이 존중되고 산업사회가 첨단기술의 정보화 사회로 전환되면서 가치체계의 변화가 불가피했다. 문화예술교육진흥법을 비롯하여 문화 관련 법령이나 제도가 그 시기에 주로 만들어졌다. 그 후 지금까지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더욱 확대되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때는 지역문화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지역 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킴으로써 지역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국가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역문화진흥법을 제정, 시행하였다.

여기서 언급하는 지역문화란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 또는 공통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유산, 문화예술, 생활문화, 문화산업 및 이와 관련된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말한다.

비록 재원 확보나 지방자치의 분권구조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초기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문화의 진흥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함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리고 위의 법령에 근거하여 2019년부터 문재인 정부에서는 도시의 문화계획을 통한 사회발전 프로젝트(City’s Culture Plan)의 일환으로 ‘법정 문화도시’를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지정, 지원하고 있다.

법정문화도시 사업은 1990년대 유럽 연합 회원국의 도시를 중심으로 1년간 집중적으로 각종 문화 행사를 지원하는 유럽 문화수도사업이나 각국 도시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문화적 발전을 추구하는 유네스코의 창의도시 네트워크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서귀포시가 2019년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어 사업을 진행 중에 있으며 제주시는 최종 단계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하지만 제주시 역시 법정문화도시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후속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한다.

비록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하더라고 기왕에 구축에 놓은 프로젝트의 동력을 놓아서는 안 된다. 특히 본 사업을 준비하면서 마련된 인적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를 더욱 확대, 지속할 필요가 있다. 그 점에서 두 도시 간 연대와 지지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법정문화도시 사업과 관련하여 서귀포시는 ‘105개 마을이 가꾸는 노지(露地)문화’를, 제주시는 ‘수눌음’ 문화를 테마로 설정한 바 있다. 이 사업들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담당부서 관계자와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성원이 더욱 절실하다.

한편 문화부의 이번 사업 선정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좀 더 근원적인 제주의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한 도 차원의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