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마르세예즈’와 애국가
‘라 마르세예즈’와 애국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5.11.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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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 / 칼럼니스트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는 “일어나라, 조국의 자식들이여. 압제자들이 우리를 향해 피 묻은 깃발을 쳐들었다”로 시작된다. 그리고 “들리는가, 저 흉포한 적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저들은 우리 품 안에 뛰어들어 우리 처자(妻子)의 목을 따려 한다. 무기를 들라, 시민들이여. 부대를 만들어 나아가자. 우리의 밭고랑에 저들의 더러운 피로 물을 대자”로 이어진다.

‘라 마르세예즈’는 1792년부터 200여 년 이상 국가로 불려지고 있으며, 최근 이슬람국가(IS) 근거지를 초토화시키기 위한 의지를 나타내기 위하여 다시 불붙고 있다. 잉글랜드와 프랑스 축구대표팀 친선 경기가 열린 런던 웸블리 경기장. 7만 관중을 가득 채운 가운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윌리엄 왕세손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나타내고, 이어 모든 관중이 기립해 ‘라 마르세예즈’를 합창했다. 거기에는 테러 희생자를 애도하는 의미가 깔려 있었다.

나라마다 국가는 역사성과 시대성이 강한 메시지를 담는다. 이탈리아와 멕시코의 국가는 투쟁적이고, 스위스는 성가풍(聖歌風), 영국과 일본은 제국답게 여왕과 천황에게 충성을 고취하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한국 ‘애국가’는 태생부터가 의문투성이다. 안익태(安益泰)가 작곡하였고, 작사가는 윤치호(尹致昊)·안창호(安昌浩)·민영환(閔泳煥) 등이라는 설이 있으나 그 어느 것도 분명하지 않다. 안익태는 스코틀랜드 민요 ‘이별의 노래(Ald lang syne)’에 가사를 붙인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1936년 작곡했으며, 정부 수립과 함께 국가가 되었다.

그런데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는 을사조약을 전후하여 1945년 8월 15일 해방될 때까지 일제식민통치와 전쟁에 협력한 4389명의 주요 친일행각과 광복 이후의 행적 등을 담고 있는데, 여기에 안익태가 수록되어 있다. 바로 친일인사가 애국가를 작곡했다는 말이다.
안익태는 1938년 일본 왕 즉위식 때 축하작품으로 사용되던 일본의 관현악 에텐라쿠를 그대로 차용하여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 에텐라쿠’를 발표하고, 1942년 만주국 건국 10주년 경축 기념식에서 ‘만주환상곡’을 작곡해 기념음악회를 지휘하였다.

물론 친일인명사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장면 전 국무총리, 무용가 최승희, 음악가 홍난파, 언론인 장지연, 소설가 김동인 등 유력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됐고, 독립유공자로 지정됐던 인물 20명 가량도 포함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립국어연구원이 애국가 가사의 유래와 변천에 대해 조사한 결과, 개화기 이후 ‘애국가’를 제목으로 가진 시가(詩歌)만도 20편에 이른다. 이 중 윤치호 작사 ‘무궁화가’가 최고(最古)의 것이고 현재의 애국가와 가사 구성·후렴이 동일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국립국어연구원은 애국가가 ‘무궁화가’의 후렴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가사를 수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문으로 된 애국가와 애국충성가(愛國忠誠歌) 등도 현재의 애국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1904년 필사된 한문 애국가는 오늘날의 애국가 1절과 거의 흡사하며, 1903년 필사된 애국충성가의 경우 1, 2절이 오늘날의 애국가와 비슷하다.

안익태의 곡과 ‘올드랭사인’ 외에도 애국가에 사용된 곡조가 대한제국 애국가, 영국 국가, 찬송가 등 3곡이 더 있다. 바로 이 5개 곡에 나라를 사랑하는 내용, 한말 일제에 대한 레지스탕스적인 내용, 독립군들이 사용한 가사, 황실을 찬미한 내용 등의 가사를 붙여 불렀던 것이다. 이렇게 쓰인 애국가 가사는 무려 4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라 마르세예즈’는 다음과 같이 끝을 맺고 있다. “무기를 들라, 시민들이여. 부대를 만들어 나아가자. 우리의 밭고랑에 저들의 더러운 피로 물을 대자.” 지금 프랑스인들은 그들의 조국을 위하여 국가를 소리 높여 부르며 단결하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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