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조사·분류 거쳐 완간까지 15년…귀중한 자료집
지역별 조사·분류 거쳐 완간까지 15년…귀중한 자료집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2.3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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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전체 사진.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전체 사진.

학창시절 학과 연구실에 자주 드나들다 보니 과 조교의 부탁으로 규장각 등 기관에서 배포하는 영인본 자료를 인수해 오는 일에 함께 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 말이 부탁이지 당시 대부분 박사과정 대학원생 선배들이 맡았던 조교의 청인지라 반항(?)도 못하고 끌려가면서도 오늘은 어떤 놈들을 만날까 하는 기대감에 살짝 들뜨기도 했었다.

그런 자료들은 거의 다 거질(巨帙)인 데다 비매품으로 어느 한 개인이 가질 수 없는 책들이었다. 하물며 본과생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자료였기에 이런 책은 언제나 한번 소장해 볼 수 있을까 헛물만 켜곤 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 속 한 켠에는 늘 언젠가는 꼭 갖고 싶은 책들의 목록이 한보따리 있었다.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제1-1권 표지.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제1-1권 표지.

지금은 헌책방을 하고 있으니 당시에는 ‘꿈의 책’이었던 그 거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어쩌다 한 번씩은 생긴다. 그럴 때마다 주머니 사정으로 정말 힘든 책들은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품에 안을 수 있도록 약간의 무리를 하게 된다. 명색이 ‘꿈의 리스트’가 아닌가. 그렇게 ‘승정원일기’, ‘일성록’, ‘조선총독부관보’ 등 쉽게 만날 수 없는 자료들을 우리 책방에 모셔올 수 있었다.

코로나로 어수선했던 또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 연말에, 어제 또 하나의 ‘꿈의 책’을 만났다. 복학생 시절에 한 선배가 입수하는 걸 도와주느라 함께 갔다가 만났을 때, 언젠가는 나도 꼭 널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꿈은 이루어진다.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별책부록 제1~3권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별책부록 제1~3권.

소장자의 연락을 받자마자 버선발로 달려가서 인수해 온 자료는 바로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지역별로 나누어 82책으로 간행하고, 나중에 추가로 별책부록(유형분류 및 색인) 3책을 출판해서 전 85책으로 완간한 책이다. (이번에 입수된 책은 아쉽게도 자료집 한권이 빠졌다)  

이 책에 수록된 자료는 설화 1만5107편, 민요 6187편, 무가 376편, 기타 21편 등으로, 그 연구원 어문연구실에서 1978년부터 연구와 협의를 거쳐 조사방법을 확정하고, 1979년부터 전국의 군 가운데 약 40%에 해당하는 60개 군에 대한 조사 작업을 완료하여, 1985년부터는 분류색인 작업을 시작해서 1992년 완간하기까지 총 15년간의 기나긴 시간과 수많은 사람들의 공을 들여서 완성한 귀중한 자료집이다.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제9-1권 북제주군편 중 구좌면 ‘맷돌노래’ 부분.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제9-1권 북제주군편 중 구좌면 ‘맷돌노래’ 부분.

각 지역마다 조사지역의 역사적 유래와 사회적 상황 등을 개관하고, 자료마다 조사일자와 장소, 제보자에 관한 상황, 조사자 등을 명시해서 신뢰도를 제고했다. 또한 채록된 자료가 원형의 모습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 지역의 방언을 발음대로 적고, 철저히 현장론적 방법으로 채록한 것만을 수록하였으며, 채록 관련 특이사항과 제보자의 태도, 청중의 반응까지 기록하고 어려운 말에는 주를 달았다. 부록은 수록된 전체 자료를 대상으로 유형 분류한 결과와 색인을 출판한 것으로 유형 분류의 기본원리 및 분류체계에 대한 해설과 각 유형분류표를 서두에 실어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했다.

이 책에 수록된 모든 자료들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 ‘한국구비문학대계(gubi.aks.ac.kr/web/default.asp)’에서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사오니, 우리 구비문학에 관심 있는 분들은 마음껏 이용하시기 바란다.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제1-1권 판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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