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보내며
2021년을 보내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2.2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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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업 시인·공인중개사

코로나19라는 혹독한 전염병이 온 세계를 휘젓고 다니는 중에도 세월의 시계는 어느덧 2022년을 우리의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우수한 두뇌를 다 모아도 공기 중에 떠다니는 하찮은(?) 바이러스를 잡지 못하고 3년여 세월 동안 끌려다니는 인간의 모습이 애처롭다 못해 불쌍할 지경입니다. 코로나19로 시작하여 코로나 오미크론까지 받아들이고 저물어가는 잔인한 세월 2021년을 돌아보며, 자연 앞에서 고개 숙인 인간의 무능함을 겸허히 받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 오미크론보다 더 시끌벅적하고 요란한 것이 요즘에 대선 정국입니다. 플라톤의 국가론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플라톤 시대부터 지금까지 정의의 영역을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디에서부터 정의를 말하는 것인지 국민들은 정말 어지럽습니다. 서로 상대방에게만 정의의 잣대를 들이대니,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 정의 결핍 빈혈증에 걸려서 대선 정국 예방주사도 맞아야 할 것 같습니다. 고대 아테네를 살았던 플라톤이 정치에 환멸을 느꼈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습니다. 권력은 나눠 가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묻고 싶습니다. 민주주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자유경쟁이라는 틀에서 너무 벗어나고 있지는 않은가요? 미래의 한 국가를 이끌어 가야 할 대선 후보님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자기 자신이 가장 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내 눈에 티끌은 보이지 않고 남의 눈에 들보는 캐내는 탁월한 재주꾼입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니체의 말을 잠시 빌리겠습니다. “개인은 웬만해서는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집단, 당파, 민족, 시대는 너무도 쉽게 미친다.” 코로나19와 대선 정국의 혼란 속에서 2021년을 마무리하면서, 우리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기를 바랍니다.

춥고 아픈 한 세월의 정상에서 이해인 수녀님의 시 한 편을 적어 봅니다.
/길 위에서/‘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없어서는 아니 될 하나의 길이 된다. 내게 잠시 환한 불 밝혀주는 사랑의 말들도, 다른 이를 통해 내 안에 들어와 고드름으로 얼어붙는 슬픔도, 일을 하다 겪게 되는 사소한 갈등과 고민, 설명할 수 없는 오해도, 살아갈수록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나 자신에 대한 무력감도, 내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오늘도 몇 번이고 고개 끄덕이면서, 빛을 그리워하는 나, 어두울수록, 눈물 날수록, 나는 더 걸음을 빨리 한다.’
2021년을 살아온 이 지구의 모든 인간들에게 그 험한 세월도 내가 되기 위한 평범한 일상의 길이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아무도 상처받지 않은 채로, 물 흐르듯이 그렇게, 우리의 일상 속에 찾아온 반갑지 않은 손님 코로나19와 함께, 또 다가오는 2022년의 새벽을 맞이하려 합니다. 

2022년의 달력이 세월처럼 우리 집 서류함에 쌓여가고 있습니다. 나는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서 그것들 중에 제일 맘에 드는 달력으로만 몇 개 골라서 우리 집 벽에 걸어놓고 또, 맘에 드는 예쁜 달력과 동거하며 1년을 보낼 겁니다. 또, 가까운 곳에 있는 지인들도 제일 맘에 드는 사람을 몇 사람 선택하여 사랑을 나누어주며, 2022년을 함께 하겠습니다. 내가 모두를 사랑할 수 없기에∼, 나의 부족함도 스스로 인정하면서, 너무 많은 사람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애쓰지 않겠습니다. 코로나19와 치열하게 살아 온 2021년이여, 아듀!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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