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진 못해도 실수는 말자
잘 하진 못해도 실수는 말자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21.12.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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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

2021 신축(辛丑)년도 닷새 남았다.

‘아니 벌써’ 싶어 순간 멍해지는. 나이 먹어감에 대한 안타까움 탓일까.

코로나19로 취소된 올해 송년회 약속들이 왠지 아쉽다.

2000년대 송년회 말미에 자주 불렸던 노래가 있다. 김수철의 ‘젊은 그대’다.

여럿이 어깨동무를 한 채 목이 터져라 부르면서 가버린 세월에 대한 아쉬움도 털고 자꾸 기운 없어지는 서로를 달랬다.

“거치른 들판으로 달려가자… 보석보다 찬란한/무지개가 살고 있는/저 언덕 너머/내일의 희망이 우리를 부른다… 젊음의 희망을 마시자… 아름다운 강산의 꿈들이/우리를 부른다.”

그 땐 음치(音癡)인 나도 잘 따라 부른 것 같은데, 이젠 노래 가사조차 가물가물하다.

▲철학자 폴 자네(Paul Janet, 1823~1899)는 1년이 10살에겐 인생의 10분의 1로 지각되는 반면 50살에겐 50분의 1로 느껴진다고 했다.

세모(歲暮) 때마다 이 말을 곱씹어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건, 어디 나뿐이랴.

지난 1년의 속도는 그렇게 저마다 달랐겠지만 이 한 해는 유독 말 많고 탈 많았다. 부동산 폭등, 불황과 인플레는 시종 우리 경제를 짓눌렀다.

대선을 앞둔 정치는 포퓰리즘과 비호감의 덫에 빠져버렸다. 대선판은 진영과 진영으로 갈라졌다.

“우리 후보를 욕하는 사람을 설득할 필요 없다. 아무리 말해도 우리 편이 안될 사람들이다. 기분 나쁠 필요도 없고 무시해라.”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시이불견(視而不見)이다. 이러니 온갖 해괴망측한 일이 터져도 마이동풍이다.

어느 한쪽에서만 핏대를 세우고, 다른 쪽에선 시비가 전혀 없다.

나라가 사실상 분단(分斷)상태다.

▲이번 대선 후보들은 역대 최고 비호감이다.

때문에 대선 승부는 ‘누가 잘나서’가 아니라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에 달렸다. 서로 손님 실수만 기다린다.

언론도 후보의 정책을 파악하기보단 후보의 말 실수를 추적하는 데 연일 바쁘다. 이런 대선을 보면서, 옴치고 뛸 수 없는 막막한 현실이 삶의 거대한 벽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버티다 보면 삶은 재건된다는 게 역사의 가르침이다. 

백열전구에서부터 축음기까지 1093건의 특허를 낸 에디슨은 거듭된 실패 끝에 발명품 하나를 만들어 낸 것을 비웃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응수했다.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단지 효과가 없는 1만 가지 방법을 발견했을 뿐이다.” 

베이브 루스가 30년간 714개의 홈런을 쳐 홈런왕에 오른 것도 1330번의 ‘삼진 아웃’을 당하는 시련 끝에 이룬 성과다. 

▲내년은 더 힘들다고 한다.

국내·외 여건이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다.

대선판에서 책임없이 뱉어낸 말의 거품이 가라앉고, 냉혹한 경제현실이 맨얼굴을 하나씩 드러낼 테니 더욱 그렇다. 

지금 손님 실수만 기다리는 세상이다.

숨막힌 세월을 돌이켜 보면 지금은 그래도 숨은 쉴 수는 있으니까.

어떻게든 견뎌내다 보면 어김없이 봄은 온다. 삶이 어렵고 힘들지라도 마음 다잡고 실수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 세밑. 보통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알찬 신년 계획을 세울 때라지만, 다니던 회사를 부득불 떠나야 하거나 일이 영 안 풀려 밤잠을 설치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대학 수험생들은 성적이 못 미쳐서, 졸업예정자들은 취업이 잘 안 돼 가슴을 졸이며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네 잘못이 아니다.”(It’s not your fault)

세상사는 새옹지마(塞翁之馬). 인생은 관 뚜껑을 닫아봐야 안다.

잘 하진 못해도 실수는 말자.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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