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소환, 그곳!
추억 소환, 그곳!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2.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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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 수필가

필자는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말까지 모 방송국에서 AM · FM 음악방송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최근 그런 추억을 소환하는 곳이 생겨났다. 제주시에서 서쪽, 소가 누웠다던가? 제주시 한림읍 나지막이 엎드려진 누운 오름 아래, 말을 키우는 목장 내에 사단법인 제주특별자치도 음악방송인 협회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음악방송이 그곳이다. 나는 마음속 깊이 맵찬 바람이 칼칼하게 일렁이었다. 잔잔한 멘트와 함께 음악을 들려주는 디스크자키는 나의 청춘의 이정표였기 때문이다.

이곳 방송국에서는 매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인터넷 검색란에 ‘아프리카 티브(Afreeca tv)’에 들어가서 ‘jmba music’을 치면 생방송으로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물론 다시 보기를 클릭하면 언제라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유튜브는 검색란에 ‘누운오름 뮤직박스’라고 쳐야 한다. 

방송 진행자들은 KBS, MBC, JIBS 방송 등 지상파방송에서 음악을 진행했거나 음악다방과 레스토랑에서 DJ로 활동했던 50대 후반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각자 자기 개성에 맞게 방송하고 있다. 국내 가요는 물론 세계 가수들의 흘러간 옛 노래부터 최근에 발표한 신곡들까지 해설과 함께 가수들의 동향을 소개하며 음악을 틀어 줘서 그런지 청소년부터 중년, 노년 할 것 없이 애청자들은 감동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이 방송을 듣다 보면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별이 해이는 밤, FM 방송을 틀어놓고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감상하던 노래들도, 담배 연기 자욱한 음악다방에서 달콤한 커피를 마시면서 잔잔하게 마음을 적시며 감상하던 음악들도 이 방송을 통해서 다시 들을 수 있으니 마음이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 

제주도 ‘디스크자키(Disc Jockey)’의 역사라고 할까? 걸어온 길이 문득 생각난다. 디스크자키는 레코드를 다루면서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을 말한다. 제주도에 DJ가 처음 등장한 것은 60년대 초반이다. 80년대까지 제주도에 대중문화의 한 획을 얘기하라면 나는 자신 있게 ’음악다방‘이라 말하고 싶다. 집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전축은 물론 라디오도 제대로 없었던 시절이다. 특별히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접할 다양한 혜택이 없었을 때라서, 디제이 인기는 대단했다. 가수들도 음반을 내면 DJ를 찾았을 정도였다. 

제주도에 FM 방송이 개국된 시기는, 80년대 초라고 기억한다. KBS제주, 제주 MBC 두 방송사가 그때 개국을 했는데 처음에는 거의 아나운서가 진행했다, 나중에 DJ들을 스카우트하면서 다운타운가에서 일하던 디제이들이 방송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DJ들도 유행을 탔다. 70년대 후반 되면서 음악 레스토랑이 죽순처럼 늘어났고, 80년대 중반부터 디스코텍이 생기면서 신종 개그 DJ들이 탄생했다. 어려운 시기에 함께 했던 DJ들이 지금은 방송사 사장이 되었는가 하면 PD로, 진행자로 또한 편성제작국장으로 재직하는 사람도 있다. 추억을 소환하는 그곳 방송국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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