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산 먹거리 찾기 운동’을 시작하며
‘제주산 먹거리 찾기 운동’을 시작하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2.13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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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표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

제주의 겨울은 육지와 달리 각종 농작물을 수확하는 농번기와 함께 시작된다. 감귤은 물론 당근·양배추·월동무·브로콜리 등 겨울철 내내 온 국민의 식탁을 책임지는 각종 월동채소 수확 탓으로 봄이 올 때까지 제주농촌은 분주하다. 

육지 사람들은 제주도 농업 하면 감귤만 생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제주지역은 쌀만 자급이 안 될 뿐,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농산물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농업 생산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내에서 소비되는 농산물 및 가공식품의 상당 부분을 육지에서 물류비를 들여가며 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연유로 제주지역의 농식품 유통체계는 육지보다 높은 소비자 가격, 농식품의 신선도 저하, 장거리 식품 이동으로 인한 탄소배출 증가, 한정된 물류 인프라의 과부하 등 여러 가지 연관되는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을 초래하는 데에는 다음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있다.

첫째, 도내 농산물의 연중공급체계의 한계다. 즉, 특정 시기에 일부 품목이 대량 생산되는 ‘소품목 대량생산’에서 기인한다. 특히 월동무·양배추·당근 등은 겨울철에는 제주에서 생산되는 물량만으로도 전 국민이 먹고도 남을 만큼 그 양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이 시기만 지나면 얘기는 달라진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이 품목도 도내 소비량만큼 조달이 안 돼 육지에서 들여오는 실정이다.

둘째, 지역 내 농식품 공급망의 불완전성이다. 이는 먼저 언급한 ‘소품목 대량생산’에서 기인한 면이 크다. 농산물 공급 시기가 특정 시기에 편중되어 있어 생산지에서 바로 수도권 등 대도시 소비시장으로 대량 반출하는 유통 시스템으로 특화되어 있어 도내 분산 기능이 취약하다. 제주산 농산물 미출하 시기에는 농산물 물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셋째, 제주지역은 농식품 소비시장에서 외식 비중이 상당하다. 타 지방보다 높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로 식품의 가정식 소비보다 외식 소비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연간 1500만명 내외의 관광객은 제주 체류 기간 내내 외식업소를 이용함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농식품의 구매자와 소비자가 다름을 의미한다. 외식업체 입장에서 농산물 원산지는 가정용보다 덜 민감하고, 가격이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로 작용한다. 즉, 굳이 제주산이 아니어도 개의치 않는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지역에서 제주산 농식품 소비를 확대하는 로컬푸드 운동이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전략적 선택일까? 위의 세 가지 요인을 따로따로 각기 보지 말고, 복합적으로 연계하여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단순하게 정리하면 우선 농산물 생산은 ‘소품목 대량생산’ 체계에서 ‘다품목 소량생산’ 체계로 전환해야 하고, 도외 반출 못지않게 도내 분산 기능에 적합한 물류 인프라를 확충해야 하며, 외식업체에서 지역 농산물 소비를 확대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 해법의 이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식업체와 가정 모두 제주산 농산물 소비 확대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제주산 수요가 늘면 자연스럽게 필요한 품목 중심으로 생산이 따라오고, 그렇게 생산된 제주 농산물을 도내 수요처에 공급하는 물류 인프라가 갖추어진다.

이는 제주지역사회에 농업인과 소비자뿐만 아니라 농산업에 고용되는 근로자, 외식업 종사자, 운송업체 등 농식품산업을 중심으로 한 전후방 효과로 1차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지역 경제의 선순환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다.

우리 제주농협도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제주산 먹거리 찾기 운동’을 농업인단체, 시민사회, 외식업계와 함께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특히 한국외식업중앙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의 적극적인 동참 속에 전개할 이 운동을 통해 적어도 제주에서만큼은 도민과 관광객들이 제주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조리된 먹거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물론 농협이 앞장서서 지역 내에서 농산물 분산 기능을 원활하게 할 유통망 구축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도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 본 운동에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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