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또 연습...LPGA 문 두드리는 ‘연습광’
연습 또 연습...LPGA 문 두드리는 ‘연습광’
  • 김동건 기자
  • 승인 2021.12.10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제주인] 13. 여자프로골퍼 임진희
“공 못 친 날은 울어”...남다른 승부근성
“연습만이 살 길”...만만치 않은 프로생활
첫 프로 ‘우승’...무명 벗어나 LPGA 향해
제주출신 ‘자긍’...“제주의 딸 지켜봐달라”
임진희(23) 선수가 지난 6월 27일 경기도 포천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21 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임진희 선수 제공.
임진희(23) 선수가 지난 6월 27일 경기도 포천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21 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임진희 선수 제공.

‘대기만성’형 선수. 그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수식어다.

남들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훈련하고 또 훈련했다.

힘든 시련과 부진 끝에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수확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벽을 넘은 그는 이제 더 높은 목표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향해 달린다.

연습밖에 모르는 그이기에, 과거보다 앞으로 펼칠 활약이 더 주목된다.

외모를 꾸미는 것보다 샷 연습을 더 좋아하는 언제나 골프 연습 중인 임진희 프로골퍼의 일생을 본지가 들여다봤다.

▲“잘 못 친 날은 울어”...꿈틀대는 승부근성

임진희는 대부분의 다른 프로 선수들보다는 한 발 늦게 골프를 접했다.

중문초등학교 5학년 방과후교실에서 골프를 처음 시작한 그가 선수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은 건 골프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였다.

중학생 시절 첫 시합 출전을 위해 학교를 조퇴하며 ‘이렇게 해서 다른 선수들을 따라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결국 임진희는 골프에 전념하기 위해 골프 특성화학교인 전남 함평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고교 시절 어머니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어머니는 새벽잠을 설치며 충남 천안에 위치한 골프연습장까지 오가는 뒷바라지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뒷받침 덕에 그는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기량도 나날이 발전했다.

임진희는 “체격이 작은 편이었고, 솔직히 아직도 골프에 소질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승부 근성이 남달랐다. (공을) 잘 못 친 날은 스스로 분해서 울고 들어올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부모님께 혼났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연습만이 살 길”...만만치 않은 프로생활

“자신의 플레이에 믿음이 생기려면 혹독하게 연습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임진희는 2016년 KLPGA 제2차 그랜드-삼대인 점프투어(3부)에서 합계 9언더파 135타로 생애 첫 우승컵을 손에 쥐었다.

2017년 드림투어(2부)에서 톱10에 7차례나 들며 상금순위 4위를 기록하는 등 2018년 드림투어 성적 상위자의 자격으로 당당히 KLPGA 정규투어(1부)에 데뷔했다.

그러나 정규투어는 드림·점프투어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18년 말 시드전을 치러 정규투어에 다시 들어와 뛰어야 했고, 지난해엔 시드전에서 고배를 마시며 드림투어로 내려갔다. 다행히 올해 다시 정규투어에 돌아왔다.

임진희는 “드림투어나 정규투어에서 샷이 나쁘다고 느끼진 않았다. 드라이버부터 퍼팅까지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기술은 없었고, 퍼팅은 상위권 수준이었다”며 “그럼에도 투어무대에서 살아남는 게 쉽지 않아 프로의 길이 험난하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면서 슬럼프가 찾아올 때마다 그는 단 한 가지만 생각했다. 바로 연습.

그는 “흔히들 골프가 멘탈 스포츠라고 하는데 그 멘탈을 뒷받침하는 건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신뢰가 만들어지게끔 하는 혹독한 연습이라고 생각했다”며 “골프엔 정답이 없고 자신을 믿고 열심히 훈련하며 한 샷 한 샷에 집중하는 게 최선”이라고 스스로 다독였다.

▲첫 프로 ‘우승’...무명 벗어나 LPGA 향해

연습은 임진희를 배신하지 않았다.

올해 6월 27일 경기도 포천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21 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최종 라운드에서 임진희는 버디 7개 등을 잡으며 6언더파 66타를 기록,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치며 생애 첫 프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 3년 동안 프로 통산 톱10에 두 차례밖에 들지 못 했던 무명이 세상에 이름을 알린 순간이다.

이제 그의 목표는 뚜렷해졌다. 모든 여자 골퍼들의 꿈의 무대인 LPGA 투어에 진출하는 것.

임진희는 “국내 무대에서 우승을 더 추가하고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정상급 선수라는 평가를 들은 후에는 꼭 최고 무대인 LPGA에서 활약하고 싶다”며 “요즘 체력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무대는 물론 미국은 특히나 체력이 중요해 지치지 않는 체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제주출신 ‘자긍’...“제주의 딸 지켜봐달라”

임진희는 제주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자랑스럽다.

제주도에서 열린 4개 대회에서 2개 대회에서 톱10에 진입한 만큼 성적이 좋았다.

임진희는 “제주도민 여러분이 응원해준 덕에 제주도에서 열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특히 제주 대표 브랜드인 ‘삼다수’가 매년 든든한 후원자로서 지원해줘 제주 출신임에 자긍심을 갖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즌 동안 집이나 차량에서 항상 삼다수를 마시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임진희는 제주 출신 대표 프로골퍼가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임진희는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민들의 분에 넘치는 관심과 응원을 받았고, 그 덕에 첫 우승까지 달성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해서 제주 출신 프로골퍼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진희 프로골퍼 약력

▲1998년 5월 24일 서귀포시 출생 ▲중문초·중문중·함평고 졸업 ▲2019년 △보그너 MBN 여자오픈 9위 ▲2020년 △무안CC 올포유 드림투어 11차전 2위 △WEST OCEAN CC 드림투어 9차전 3위 ▲2021년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우승 △대유위니아 MBN 여자오픈 9위 △KB금융 스타챔피언십 10위 △엘크루·TV조선 프로셀러브리티 6위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클래식 7위 △S-oil 챔피언십 8위

김동건 기자  kdg@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