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문턱에서
지옥의 문턱에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2.0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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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제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회장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이 ‘오징어 게임’의 뒤를 이어 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 드라마는 참신하면서도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탄탄한 스토리로 출시되자마자 모두가 믿고 보는 드라마,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세계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행복 아이템이 되었다.

“영화는 사회의 거울이며, 한 사회의 집합적 멘탈리티는 시각적 및 서사적 모티프의 인기에서 드러난다”는 영화이론가이자 사회학자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의 말처럼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한국 드라마가 빈부격차, 차별과 불평등 등의 현실 사회 문제를 잘 다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드라마 ‘지옥’은 2026년 서울 한복판에서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지옥행을 선고받은 뒤 고지된 시간에 세 명의 사자가 찾아와 잔인하게 화형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초자연적 상황을 이용해 신의 심판이라고 주장하는 신흥 사이비 종교 집단이 나타나고, 지옥행 고지를 받은 사람과 그 가족의 신상을 공개하고, 폭력을 서슴지 않는 화살촉이라는 폭력적 추종 집단이 나타난다. 

‘지옥’은 6부작으로 구성된 시즌 1편까지 방영된 상황으로 지옥의 사자가 어떤 이유로 어떤 권리로 심판을 자행하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 우리가 아는 지옥은 죄를 지은 나쁜 사람만 가는 곳인데, 두 아이를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는 박영자씨(김신록)에게 지옥행 고지를 선고하여 집행하는가 하면, 갓 태어난 아기에게조차 지옥행 고지를 선고하는 것은 좀체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지옥의 사자들이 심판하는 과정에서 관계없는 시민들을 다치게 하고 건물, 차량들을 파괴하는 것은 도무지 신의 행위로 이해될 수가 없는 것이다.

필자는 과거에 ‘불신지옥’을 주장하는 거리의 전도사들과 ‘단지 신께서 당신을 믿지 않는다고 지옥을 보낼 리 없다’며 논쟁을 벌이곤 하였다. 하느님은 그렇게 이기적인 분이 아니며, 결코 드라마 ‘지옥’의 사자처럼 폭력적으로 지옥행을 선고하거나 집행하지 않을 것이다. 드라마 ‘지옥’이 노리는 반전은 과연 무엇일까? 

드라마 ‘지옥’의 지옥행 고지와 세 사자에 의한 처형 장면은 결코 신의 의도가 아니다. 필자는 영상기술인 일종의 가상증강현실을 이용해 세상을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통제하려는 어떤 세력에 의한 것일 것이라 짐작한다. ‘지옥’의 시대 배경인 2026년의 홀로그램 기술은 입체영화 안경 없이도 스크린이 아닌 공기 중에 현실처럼 실사되는 입체영상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동과 소리, 냄새까지 만들어내는 3D, 4D를 넘어서서 7D 영화 수준까지 올라갔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지옥’이 세상을 반추하려는 의도가 여러 가지겠지만 필자의 관점은 이제 세상은 어떤 세력에 의해 쉽게 대중들을 ‘가스라이팅’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주류언론조차 편향된 뉴스 보도로 대중을 가스라이팅 하는 것을 일삼고, 화살촉같이 편향되고 사회악적 존재가 되어버린 유튜버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만연하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편향된 정보를 취하며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 

‘호모데우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구글과 페이스북. 그 밖의 알고리즘들이 모든 것을 알게 되는 신탁이 되면, 그다음에는 대리인으로 진화하고 마침내 주권자로 진화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인터넷에 기록되고 있으며, 세상의 모든 정보는 전자화되고 있다. 지금은 우리가 네이버, 구글에 신탁을 하지만 우리의 모든 것을 알게 된 구글 등의 전지적 네트워크는 우리의 욕망을 주무르고 조종하게 될 뿐만 아니라 우리 대신 세상의 결정을 내리게 될 지도 모른다.

전지적 네트워크는 이번 대선에서 내가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를 이미 알고 있다. 전지적 네트워크는 스마트폰을 통해 내게 표출되는 뉴스와 영상의 종류를 조종하여 자신의 목적에 맞는 후보로 나의 표심을 바꿀지도 모른다. 드라마 ‘지옥’은 전지적 네트워크 통치자에 의해 가스라이팅되는 우리는 미래를 시사한다. 지금 우리는 이미 가스라이팅 지옥의 문턱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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