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설화 여백에 담긴 상상력...순리‧자연 빚은 대서사시
백록담 설화 여백에 담긴 상상력...순리‧자연 빚은 대서사시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1.12.01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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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립무용단 기획공연 ‘녹담’ 초연

제주를 지탱해 준 백록담 설화의 여백에 현대적 상상력이 더해졌다.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원(원장 부재호)은 지난달 30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에서 제주도립무용단(안무자 김혜림) 기획공연 ‘녹담’을 초연했다.

이번 공연은 제주의 시원부터 자연, 역사, 우리네 삶을 아우르는 몸짓의 대서사시를 담아냈다.

공연 초입에 현무암을 든 태초의 인간이 등장한다. 역사이전 신화의 시대에 천지창조의 중심에 있었던 제주를 상징하는 기운을 상징한다.

곧 이어 레이저 특수장치로 천지가 열리는 환상이 표현됐다.

작품에는 의식과 무의식을 연결하는 ‘꿈지기’도 등장한다.

관객을 백록담 설화 속으로 끌어들여 약간은 비어있는 이야기를 채워나가는 인물이다.

이후 백록과 포수, 선녀, 풍신, 불숨, 흑룡 등 백록담 설화를 채워나가는 인물들이 등장해 순리와 순환, 자연을 드러낸다.

이번 공연에서는 파격적인 연출이 눈길을 끌었다. 검은 옷을 입은 해녀들이 흰 천 위로 공연을 마치자 한 폭의 바다속 수묵화 작품이 펼쳐졌다.

이는 직접 실황에서 그린 걸로 한 손에 먹물을 적신 스펀지를 들고 움직임을 통해 그려낸 모습이었다.

또 2부 공연에는 무대 전체를 노란 가루로 채워 모두가 존중, 소통 사랑하는 이상세계를 드러냈다.극중 인물들은 이를 흩날리며 아름다운 장면을 연이어 연출했다.

마지막 영상은 어머니를 강조한다.

물동이에 가죽을 씌운 형태의 소품에 공연에 등장했던 주요 신들이 올라갔다가 나중에는 뒤이어 해녀와 같은 제주여인들이 소품에 올라가 제주어머니와 신을 동일시 했다.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신은 우리의 어머니들과 다름없음을 얘기하고자 했다.

이에 대해 김혜림 안무자는 “제주의 여신설화를 가만히 보면 어떤 여신도 노동하지 않는 신이 없다는 걸 느꼈다”며 “제주인을 고스라니 담고 있을, 수천년의 제주역사를 품은 백록담에 어떤 누구의 치성이 담겨있을까 생각이 들었고, 결국엔 모든 생명들을 가장 사랑하는 신, 끝끝내 희망이신 신은 우리의 어머니들이 신들과 다름없음을 얘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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