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일암 삼불 동자승
향일암 삼불 동자승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1.3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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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신 수필가

향일암(向日庵), 이름처럼 해를 향한 암자이다. 이름만 들어도 마음에 밝은 기운이 감돈다. 향일암은 전라남도 여수시를 대표하는 사찰이며 돌산읍에 자리 잡고 있다. 신라시대 원효가 창건했는데 자리를 옮기면서 이름도 몇 번 바뀌었다. 창건 당시에는 원통암(圓通庵)이었고, 1849년(헌종13) 현 위치로 옮길 때는 책륙암(冊六庵)이라 불리다가 근대에는 영구암(靈龜庵), 최근에 향일암으로 바뀌었다.

향일암을 오르는 길에는 특이하게도 등용문(登龍門)이라는 문이 있다. 등용문은 입신출세의 관문을 일컫는 말이 아니던가? 절에 웬 등용문? 했는데, 친절한 설명을 읽고서야 깊은 뜻을 알았다. 중국 황하 상류에 등용(登龍)이라는 협곡이 있었다. 협곡 밑에는 물고기들이 모여들었고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려 해도 물살이 급해서 매우 힘이 들었다. 그러나 있는 힘을 다해 한번 오르기만 하면 물고기가 용으로 승천한다는 전설이 있다. 등용문은 여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의 가피를 얻어 소원 성취 하기를 바라는 뜻이 담긴 문이다. 입시, 건강, 취업, 고시 등 등용문에 오르려는 인간의 꿈은 부처의 세계에서도 버릴 수 없는 욕망인가 보다.

조금 더 오르다 보면 계단 중간중간에 불언(不言), 불견(不問), 불문(不見)의 뜻을 전하는 산불 동자승을 만날 수 있다. 백만 불짜리 미소와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그 모습이 장난기가 가득한 귀여운 모습이다.

마치 부끄러운 듯 입을 가리고 배시시 웃는 동자승을 본다. 입조심하라는 것이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온도를 갖는다. 얼음처럼 차가운 말보다 체온처럼 따스한 말이 세상을 녹인다. 방정맞은 입이 되면 안 되겠지만, 때로는 차가운 말도 약이 될 때가 있다.

눈 가린 동자승이 또 웃으며 반긴다. 세상에는 볼 것도 많고 보이는 것도 많다. 제대로 골라 보는 눈이 필요하다. 팻말에는 ‘남의 잘못을 보려 힘쓰지 말고 너 자신을 되돌아 보고 옳고 그름을 살피라.’라는 법구경 문구가 쓰여 있다.

마태복음 7장 3절의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구절과 통하는 말이다. 내 눈 속의 들보를 볼 수 있는 혜안을 달라고 기도한다.

이번에는 양손으로 귀를 막고 앙증맞게 웃는 동자승을 본다.

‘산위에 큰 바위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비방과 칭찬의 소리에도 평정을 잃지 않는다.’ 말 한마디에 일비일희하지 않는 뚝심을 키울 일이다.

정치인들은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의 소리에는 귀를 막고 하고 싶은 말만 한다. 대통령 후보들도 상대의 티는 구름처럼 부풀려 비난하면서 자신의 들보는 합리화로 포장한다. 세상이 웃을 일이다.

이들에게 향일암 삼불 동자승은 입을 모은다.

‘너 자신을 알라. 세상을 제대로 보고 뚝심 있게 할 말만 하라’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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