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과 위헌 결정
윤창호법과 위헌 결정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1.30 2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영민 변호사

2018년 부산 해운대구에서 군 휴가를 나왔던 윤창호씨가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숨진 사건이 있었다. 당시 가해자는 만취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가 교차로 횡단보도에 서 있던 윤창호씨를 쳤고, 윤창호씨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곧 사망에 이르렀다. 가족들과 친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음주운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였고, 그해 12월 음주운전 기준 및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 개정이 이루어졌다. 

당시 개정된 법률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11과 도로교통법 제44조 제4항, 제82조 제2항, 제93조 제1항 제2호, 제148조의 2 등인데,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위 개정 법률을 통칭하여 ‘윤창호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과거에는 음주운전의 위험성이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법원의 처벌 수위도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에 음주운전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도 많았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현실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위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의 위험성 및 심각성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고, 법원 역시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법률은 처벌의 종류(사형, 징역, 금고, 벌금 등) 및 그 범위의 하한 또는 상한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실제 사건에서 징역형을 선고할 것인지, 벌금형을 선고할 것인지, 징역 기간 또는 벌금 액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양형을 정하는 것은 법원의 역할이기 때문에 법률을 개정하는 것만으로 처벌이 강화된다고 할 수는 없다. 정치권 및 언론에서 법률 개정을 통해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처벌의 하한을 높임으로써 법원이 아무리 낮은 형을 선고하려고 하더라도 그 하한 이하로 선고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예를 들어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은 음주운전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의 경우 “1년 이상 3년 이상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법률 개정으로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그 처벌의 하한이 높아졌다. 그로 인해 2회 이상 음주운전자의 경우 법원은 음주수치가 낮거나 그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더라도 작량감경을 하지 않는 이상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의 벌금을 선고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헌법재판소에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에 대해 단순 위헌 결정(위헌의견 7, 합헌의견 2)을 내렸다(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일반 처벌규정과 가중 처벌규정이 있는데 그 중 가중처벌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는 점을 위헌 결정의 주된 이유로 삼았다. 특히 음주운전 전과가 10년 전의 것인 경우를 예로 들면서 과거 음주운전 행위와 재범 음주운전 사이에 시간적인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위헌 결정으로 인해 위 조항으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처벌을 받았던 사람들은 보석 신청 또는 재심 청구 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위헌 결정에 따른 당연한 권리라고 할 수 있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위헌 결정으로 가중 처벌규정이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음주운전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음주운전을 처벌할 수 있는 일반 처벌규정이 있고,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음주운전자에 대해서는 무거운 형벌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연일 음주운전 사고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모임을 갖는 자리가 많아지고 있는 요즘 다시 한 번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겼으면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