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탐험가가 일깨워준 ‘착각’
청년 탐험가가 일깨워준 ‘착각’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1.11.25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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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환경 보전에 일조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칫솔질 할 때, 그리고 손이나 얼굴에 비누칠을 할 때 수도꼭지를 잠그는 습관이 있다.

가끔씩 설거지를 할 때도 어떻게 하면 최대한 물을 아낄 수 있을지 나름 고민도 한다.

심지어 군인 시절에는 ‘그냥 흘린 물 한 방울, 전장에선 총탄 한 발’이라는 표어로 상도 받았다.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살면서 제주의 환경을 위해 이 정도의 노력이면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제1회 아·태 영리더스포럼, 제주’(이하 영리더스포럼)를 취재하면서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라는 간곡한 호소를 듣는 순간 환경 보전에 동참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산산조각 났다. 환경 위기에 대한 협소한 시각에 부끄러워졌다. 

나를 일깨워 준 간곡한 호소는 글로벌 청년 탐험가이자 ‘더 그레이 워터 프로젝트’(The Grey Water Project)의 창립자인 슈레야 라마찬드란의 입에서 나왔다.

5년 전 캘리포니아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물의 희소성이 얼마나 심각한 지 절실히 느낀 그는 곧바로 더 그레이 워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그는 물의 종류를 화이트 워터(white water), 그레이 워터(grey water), 블랙 워터(black water)로 나눴다. 각각 상수도와 중수도, 하수도의 개념이다.

영리더스포럼 당시 그는 “양치하는 동안 물을 흘려보내지 않는 노력처럼 지금의 물 절약 방법은 전혀 충분하지 않다”며 “설거지나 샤워 후에 발생하는 물, 즉 재사용 가능한 물인 그레이 워터는 전 세계적으로 블랙 워터와 함께 버려진다. 재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예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그레이 워터를 모아 재사용할 수 있다면 이게 바로 전 세계적으로 적용 가능한 가뭄 해결책”이라고 피력했다.

그의 경고처럼 단순히 물을 아껴 쓰는 노력만으로는 전 세계가 직면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치 않다.

플라스틱이나 종이, 고철처럼 중수도 역시 재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자국을 넘어 전 세계인을 상대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슈레야 라마찬드란에게 우리는 빚을 지고 있다.

늦기 전에 우리도 행동해야 할 때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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