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제주 청정과 공존…쿠오 바디스 도미네
흔들리는 제주 청정과 공존…쿠오 바디스 도미네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1.11.24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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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청정이 흔들리고 있다.

맑고 깨끗함의 근원이던 제주의 물이 오염되고 있다.

지하수가 더러워지고 다시 수돗물로 연결되면서 불신이 확산하고 있다.

지하수 오염은 당장 인증 정수장 감소만으로도 입증된다.

인증 정수장은 수도법에 따라 정수처리기준을 적용받지 않고 여과시설 없이 소독만으로 정수 처리해 수돗물을 공급한다. 그만큼 깨끗한 수질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데 도내 정수장 원수에서 바이러스총대장균군이 검출되면서 잇따라 인증에 탈락했다.

당초 정수장 16(추자 제외) 중 지하수를 쓰는 애월구좌남원조천토평금악서광유수암회수 9곳이 모두 인증 받았지만 최근 3곳이 재인증에 탈락했다인증 정수장은 6곳만 남았다.

그런데도 지하수 오염 개선을 위한 인프라 확충은 적기적시를 놓치고 있다.

상수도 유수율 제고사업만 해도 정상 추진되지 않고 있다.

상하수도본부가 2016~20253934억원을 들여 전국 꼴찌인 상수도 유수율 44.5%85%까지 끌어올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목표 달성은 요원하다. 올해까지 1402억원이 집행됐지만 유수율은 201745.7%201846.2%, 201947.2%, 202048.9%에 머물고 있다.

예산은 35% 이상 투입됐지만 유수율 제고는 4.4% 포인트에 불과하다.

하수처리 인프라 확충도 때를 놓치면서 악화일로다. 수질기준 초과 오수가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하수처리장들의 시설용량 포화로 증설공사가 추진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특히 도내 하수 발생량의 53% 이상 처리하는 제주(도두)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은 2026년 완공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2차례 공사 입찰이 추진됐지만 모두 유찰됐다. 사업비와 공기 등이 맞지 않아 업체들이 응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상하수도본부와 사업 위탁대행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이 협의에 나섰지만 내년 상반기에야 신규 입찰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마저도 낙찰이 될지 불투명하다. 적정 하수처리를 위해 한시가 급한 현대화사업이 벌써부터 계획을 지나 2027년 이후에나 완공이 불 보듯 뻔해졌다.

쓰레기 처리는 어떤가. 서귀포시 색달동에 조성 중인 광역음식물류폐기물처리시설 공사가 소송 등으로 지연된 결과 2024년 가동으로 계획보다 6개월 이상 늦춰졌다. 광역생활자원회수센터도 20236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예정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제주의 근원적인 경쟁력인 청정이 훼손되면서 공존이 위협받고 있다.

생활 인프라 확충과정에서 어김없이 갈등과 대립이 잉태해 일상화하고 있다.

최근 하수처리장 증설과 관련 해당 마을주민들이 잇따라 도청을 찾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더군다나 주민 설득과 지원과정에서 특혜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생활기반혐오시설 입지 마을에 대한 지원은 당연하다. 문제는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제주시 음식물쓰레기자원화시설 사용기간 연장과정에서 제주시 봉개동 도시관리계획 변경 계획수립 협약이 체결됐다. 자연녹지지역 43를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는 것으로 건폐율은 30%에서 60% 이하로 상향되고 최대 4층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가 상승에 따른 차익과 임대 수익이 예상되면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행정당국이 당초 사용기간 협약을 이행했다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다.

앞서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조성과정에서 가구별 현물지원도 나쁜 선례로 회자된다.

청정의 훼손은 개발보존의 혼란과 직결돼 있다. 난개발 등으로 인한 환경 파괴가 근본적으로 작용했다. 국제자유도시 등 제주의 지향점도 흐트러지면서 재정립이 시급하다.

쿠오 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 라틴어로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란 뜻이다.

성경의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절박한 물음이 제주를 향하고 있다.

청정과 공존이 무너져선 제주는 미래가 없다.

대양을 항해 중인 제주호가 풍랑을 만난 셈이다. 항로를 이탈하거나 암초에 충돌하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방향키를 똑바로 쥘 수 있는 새로운 선장이 등장해야 한다.

내년 도지사선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주목받는 이유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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