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무대예술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현장
청년 무대예술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현장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1.2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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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섭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 대표 - 청춘마이크 청년예술가 지원 사업을 보며

지금부터 10년 전인 2011년, 서울의 한 청년예술가가 지하 자취방에서 생활고와 우울증 때문에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창피하지만 배가 고파 밥이나 김치가 있으면 집 앞에 놓아 달라는 그녀의 쪽지는 이후 예술인복지법 제정과 예술인복지재단 출범을 공론화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말하자면 이 사건은 당시 한국의 비현실적인 문화예술정책과 열악한 창작환경에 대한 문제점들을 수면에 떠오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겉으로는 ‘문화’를 외치면서 정작 창작활동을 수행하는 예술인, 특히 청년예술가들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주지 않던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었다. 그 후 10년이 지난 현재, 한국 청년예술가들의 작업환경은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얼마 전 신문에서 미국 뉴욕 타임즈가 한국이 ‘BTS’에서 ‘오징어 게임’까지 전 세계를 강타하는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배경을 조명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K-pop을 중심으로 확산된 한류문화가 경제적 부가가치를 넘어 세계적인 국가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 청년예술가들의 역할은 가히 절대적이었다. 그들의 감각적인 아이디어와 실험, 그리고 자신감과 추진력은 실로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창의적인 마인드와 실천을 통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그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청년예술가들이 무대 활동은커녕 자신들의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특히 장시간 지속된 팬데믹의 상황은 그들의 공연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적재원을 투입하여 청년예술가들의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사업 중 ‘청춘마이크’라는 것이 있다. 이 사업은 ‘문화가 있는 날’ 전국의 다양한 공간에서 청년예술인들의 공연을 지원함으로써 젊음(청춘)을 사회로 확산(마이크)하고자 2016년에 처음으로 추진한 정부 주도 사업이다.

청춘마이크는 2020년 기준으로 총 1269개 팀, 4655명의 청년예술가가 참여하였으며 올해로 여섯 번째가 진행되었다. 이 사업은 만 19세에서 34세까지의 청년예술인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사업 운영 역량을 가진 전국의 문화예술 기관 및 단체가 용역을 맡아 매달 ‘문화가 있는 날’ 공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주도는 문화콘텐츠기업인 ‘㈜설문대’가 2021년 제주지역의 권역형 사업을 맡아 진행했다. 도내의 다양한 지역을 찾아간다는 뜻의 리싸이클(里 cycle)로 명명한 이번 사업은 퐁낭, 포구, 광장 등 주로 문화적 생활공간을 거점으로 공연이 이루어졌다. 모두 50개 팀, 120여 명이 참가를 했는데 국악에서부터 클래식, 가요. 재즈, 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가 망라되었다. 때로는 잔디광장에서, 또 때로는 귤밭의 돌 창고에서 젊은 연주자들의 선율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참가자 대부분이 기성곡들을 들고 나와 창작과 실험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또한 야외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적어 현장의 열기와 집중도가 떨어졌다. 전반적으로 ‘젊음’과 ‘패기’보다는 뭔가 위축되고 주눅이 든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업기간 내 참가팀들은 각각 5회 내외의 버스킹 공연기회(대면/비대면 공연, 유튜브 중계)를 가졌으며 그에 따른 공연사례비를 지급받았다. 앞으로 이 사업이 단발적 선심성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는 생계를 뛰어넘는 창작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청년예술가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전국적으로 4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된 이번 사업이 청년예술가들의 복지 증진은 물론 지역 내 다양한 공간과 만나고, 또 지역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으로 지속 발전하기를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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